[안철수-박원순 단일화] 安“朴, 누구보다 서울시장 잘 수행할 훌륭한 분”

입력 2011-09-06 20:04


6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수피아홀은 100여명의 취재진이 밀집해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2∼3분 뒤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인파를 뚫고 입장했다.

“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안 원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50%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1위 출마후보가 지지율 5%대의 또 다른 출마후보에게 양보하는, 한국정치사 초유의 장면이 펼쳐졌다.

안 원장은 “오늘 존경하는 동료이신 박원순 변호사님을 만나서 그분의 포부와 의지를 충분히 들었다. 박 변호사님은 우리사회를 위해 헌신하면서 시민운동의 새로운 꽃을 피운 분으로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안 원장은 이어 “저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너무나 감사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젊은이들을 염두에 둔 듯 “미래 세대에 대해 진심으로 위로하며 격려를 전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박 상임이사와) 대선 출마 얘기를 나눴느냐”고 묻자 그는 “아니, 전혀요. 저는 시장 출마만으로 고심하던 터라. 그리고 이게 갑자기 나온 거라서 거기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박 상임이사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가”라는 질문에는 “나는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로 돌아간다. 본업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못 박았고, “지난 5일이 1년 같았다”고도 했다.

자리를 뜨기 전 박 원장은 회견장에 나와 있던, 자신과 ‘청춘콘서트’를 함께 진행한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원장을 향해서 “그동안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 원장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등을 두드렸다.

기자회견 시간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노타이 차림의 안 원장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입술을 다물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 때 박 상임이사가 안 원장을 안았다.

“두 사람 모두 서울시장 직이든 어떤 자리를 원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새로운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걸 원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결론을 냈다고 생각합니다.”

박 상임이사는 또 “안 교수와는 오랜 세월 동안 알아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게 많고 이런 것은 말로써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서로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서 (후보 단일화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