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명예 민원봉사실장과 탈세

입력 2011-09-06 18:58

탈세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히는 일반적인 범죄와는 차이가 난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령에 규정된 세금을 내지 않는 소극적인 행동으로 성립하기 때문에 처벌이 강하지는 않다. 내지 않은 세금을 추징당할 경우 그것만 내면 대개 형을 사는 일은 없다.

시도상선 권혁씨의 경우 역외탈세가 문제가 됐다. 그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동원해 법리논쟁을 벌이며 당국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내 거주요건이 안돼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 권씨 주장의 요지다. 최근 검찰이 권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돼 결과가 주목된다.

세무 당국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이다. 검찰에 고발되는 경우는 ‘사위(詐僞)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다. 고의로 세금을 떼먹었을 경우에 고발된다는 의미지만 거액을 탈세했을 경우에도 고발된다.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사비를 들여 재단을 설립하거나 대학 등 교육기관에 기부하다 세금을 부과받는 경우도 있다. 일전에 지방도시에서 사업에 성공한 인사가 모교에 주식과 현금을 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가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자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패했다. 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어 순수한 기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패소 이유였다.

요즘 탈세로 단연 시선을 끄는 이는 국민 MC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호동씨다. 국세청이 6월 하순부터 세무조사를 시작해 수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그는 지상파 3곳에서 여러 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회당 10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한 해 약 20억원을 버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으로 통한다. 네티즌들이 더욱 분노한 것은 그가 2009년 ‘납세자의 날’에 일일 명예 민원봉사실장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잘 알려진 배우 김아중씨도 2007∼2009년 3년간의 수입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6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세금 추징은 국세청 공무원의 노력 덕분이다.우리나라는 징수세액 100원당 징세비가 0.7∼0.8원으로 선진국 수준에 접근해 있다. 일본은 징세비가 1.53원, 영국은 1.10원, 프랑스는 0.97원으로 모두 우리보다 높다. 미국은 0.45원으로 세무행정이 매우 효율적이다. 그만큼 미국 국민들이 세금을 잘 낸다는 의미도 된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