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새 또 논란… 행안부 슬그머니 재질변경 의구심 증폭
입력 2011-09-06 18:35
행정안전부가 새로 제작 중인 제5대 국새 재질을 슬그머니 변경, 또다시 대한민국 국새 논란이 일고 있다. 행안부는 6일 국새를 만드는 금합금에 은백색의 금속원소 이리듐(Ir)을 포함시키고, 크기도 종전보다 가로와 세로 각각 0.2㎝씩 키우는 내용의 국새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행안부는 입법예고 사항에 대해 관보 게재 하루 이틀 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렸으나 이번에는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에 금합금 제작기술상의 문제로 국새 재질을 갑작스레 바꾼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행안부는 국새 주물 기술력이 낮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국새 제작을 맡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앞서 KIST는 1998년 금 75.2%, 은 1.8%, 동 11.6%, 아연 1.4%의 금합금으로 3대 국새를 제작했으나 2005년 균열이 발견돼 4대 국새로 대체됐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제작사가 금합금에 이리듐을 넣겠다고 제안해 관련 규정을 개정했으며, 크기가 늘어난 것은 글자 크기를 키우는 게 좋겠다는 국새제작위원회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제4대 국새 제작이 사기로 드러남에 따라 지난해 11월 국새 규정을 고쳐 ‘국새 재질을 금으로 하되 경도를 감안해 은·구리 및 아연의 합금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올 초 국새 인문 공모전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전각학회 권창륜 회장은 자신의 제자를 심사위원에 추천했고, 본인이 응모해 1등에 당선됐다. 대종언어연구소 박대종 소장은 “현재 결정된 글자체로 국새를 만들면 자칫 한국(韓國) 국새가 아닌 중국 한(漢)나라 국새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