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총기사건 왜 일어났나 봤더니…인권위 조사 결과

입력 2011-09-06 19:41

지난 7월 총기사망 사건이 발생한 해병대에서 구타 외에도 ‘PX빵’ ‘안티푸라민 바르기’ 등 다양한 가혹행위가 관행적으로 지속된 것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확인됐다.

인권위는 해병대 총기사망 사건을 직권조사한 결과 부대 내 가혹행위가 사건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6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가해자 5명과 지휘책임자 6명을 징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토록 지시하라고 권고했다.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군인복무기본법 제정, 인권담당 부서 설치, 종합적인 인권교육 계획 수립 등도 요청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부대에선 가슴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온 몸을 때리는 ‘엽문’, 팔꿈치로 허벅지를 누르고 아파도 참게 하는 ‘악기테스트’ 등이 행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엽문은 홍콩 무술영화 제목으로 영화 장면을 따라 한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초코파이를 한번에 3개씩 먹게 하는 등 많은 양의 빵이나 과자를 강제로 먹이는 ‘PX빵’, 안티푸라민을 바른 뒤 씻지 못하게 하기, 비타민 5∼10알을 한번에 먹이는 등의 엽기적인 가혹행위도 확인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가해자인 선임병들은 이를 장난이나 해병대 전통쯤으로 인식했다”며 “구타와 가혹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사를 통해 후임병이 선임병에게 반말, 폭행 등으로 인격적 수치심을 주는 ‘기수열외’ 역시 행해지고 있었음이 확인됐다. 음주 회식 등 부실한 부대관리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부대는 올 들어 5월까지 2∼3차례 음주 회식을 했다. 피의자가 사건 당일에도 임의로 반입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건을 일으킨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부대는 “부대 내 음주는 지휘관의 재량”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실탄이 장전된 총기를 상시 휴대하는 육군의 전방 일반전초(GOP) 부대는 음주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