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교복 브랜드 매각 추진… 대기업들 ‘中企 적합업종’ 촉각
입력 2011-09-06 21:59
이달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선정을 앞두고 관련 대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과 SK그룹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분위기에 밀려 소모성 자재구매 대행(MRO)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데 이어 SK네트웍스는 교복 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교복 브랜드인 ‘스마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최근 동반성장 분위기를 의식해서다. 교복 사업은 SK그룹의 모태인 선경직물이 1970년 학생복 원단 사업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다만 SK네트웍스 측은 협상가격이 맞지 않아 1차 입찰이 무산됐다며 교복 사업을 계속 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적정 가격에 매각하는 것은 몰라도 동반성장 압박에 떠밀려 헐값에 넘길 수는 없다는 얘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최근 대·중소기업 간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적합업종 선정 막바지 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의 진입을 사전적으로 제한하는 진입 자제, 이미 진출한 대기업의 확장을 막는 확장 억제, 중소기업에 사업이양 등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사업에 제한을 받는 대기업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기준으로 하되 세부 품목별로 탄력 있게 적용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큰 두부, 장류, 김치 사업을 하고 있는 식품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관련 사업을 접을 계획도, 그렇다고 이렇다 할 대책도 없다”며 “현재로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1984년 직원 10명이 두부 사업을 시작해 현재 연 매출 1700억∼1800억원으로 성장했다”며 “이제 와서 손을 떼라고 하는 건 두부를 만드는 다른 중소기업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수기 사업을 하고 있는 LG전자와 웅진코웨이도 선정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2009년 4월 정수기 사업을 시작한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사업 철수 등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우리는 중소기업 규모일 당시 정수기를 만들고 시장을 키워 왔는데 사업하지 말라고 하면 문을 닫으란 이야기”라며 “이는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지혜 임세정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