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연쇄 총격… 뉴욕이 떨고 있다
입력 2011-09-06 18:25
5일(현지시간) 정오 직전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해마다 대규모로 열리는 ‘웨스트 인디언데이 퍼레이드’가 한창이던 시간, 총성이 울렸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행진하는 곳에서도 멀지 않은 데였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일 동안 수십 건의 총격사건이 발생해 최소 46명이 총에 맞았다고 뉴욕포스트가 5일 보도했다. 뉴욕데일리뉴스는 3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노동절 연휴 3일 동안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에 뉴욕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낮 12시쯤 총을 든 한 흑인 남자가 브룩클린 크라운 하이츠 근처의 퍼레이드 행렬 시작 지점으로부터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택시에서 내려 공중에 총을 발사한 후 도망쳤다. 최근 빈발하는 총기 사건을 비판해 온 블룸버그 시장이 행진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목격자들은 신원미상의 총을 든 남자가 차에서 나와 총을 쏜 후 달아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에게 화학물질을 뿌려 체포한 후 우유로 그의 눈을 씻었다. 총소리에 놀란 시민들은 거리로 흩어졌고, 퍼레이드는 엉망이 돼버렸다. 경찰은 “또 다른 용의자는 무고한 시민에게도 총을 쏴 죽였다”고 전했다.
전날인 4일 새벽 6시쯤에는 25명이 총에 맞았다. 이 중에는 집에서 파티를 하던 10대 3명도 포함돼 있다. 5일 오전에는 브루클린 각기 다른 지역 4곳에서 최소 7명이 총격을 당했다. 낮에는 또 다른 7명이 총을 맞았다. 미국인들이 흔히 가는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에서도 한 남자가 햄버거를 먹다가 총에 맞았다. 용의자는 다 달랐고, 장소도 제각각이었으며 목적도 불분명한 테러였다. 이렇게 연휴 3일 동안 뉴욕주에는 총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에 벌어져 경찰도 다쳤다.
연쇄 총격 사건의 시발점은 뉴욕 브롱스에 있는 한 주택 파티였다. 파티에 모인 사람들끼리 말다툼이 벌어졌고, 싸우던 두 명이 서로 상대방에서 총을 쏘았다.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현장에 있던 사빈 월터스(48)는 “내 아들이 어디 있지?”하고 파티에 온 아들을 찾았다. 그의 열한 살 아들은 오른쪽 종아리에 총을 맞고 입원 중이다. 경찰은 용의자 명단을 만들어 이들을 수색하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번 총격사건에 대해 “비양심적”이라고 비난하며 연방정부가 불법 총기를 수거하는 데 노력해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리들이 총을 소지하는 것을 더 이상 계속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마약범죄가 휩쓸었던 1980∼90년대를 연상시킨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