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원작 장애인 학교의 충격 실화 담아내… 영화 ‘도가니’ 9월 22일 개봉
입력 2011-09-06 21:43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습니다.”
2009년 6월 출간된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소설 ‘도가니’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한마디에는 작가가 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2000년부터 5년 동안 광주의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교직원들의 상습적인 장애학생 성폭행과 구타, 그리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지역 부패세력의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고발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도가니’는 공지영의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대학 은사의 소개로 안개 자욱한 도시 ‘무진’의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에 갓 부임한 미술교사 강인호(공유)는 예기치 않았던 현실과 맞닥뜨린다. 학교 측은 취업을 조건으로 거액을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장애 학생들은 처음보는 인호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낸다. 학교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어가던 인호는 곧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학생들이 학교 설립자의 아들인 교장과 교장의 쌍둥이 동생인 행정실장, 일부 교사의 성폭행과 구타에 시달려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인호는 비리 고발이라는 당위와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할 가장이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 아이들의 편에 선다. 인권운동센터 간사 서유진(정유미)과 함께 사건을 언론에 알리고, 가해자들을 고발하지만 상황은 사필귀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연·지연으로 얽혀 있는 시청과 교육청 직원, 형사, 검·판사 등 지역 부패세력들은 재판에 회부된 가해자들을 합심해 비호하고, 결국 ‘전관예우’ 변호사까지 선임한 가해자들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영화는 인호의 아내 대신 어머니를 등장시키는 등 일부 캐릭터를 바꿨고, 싸움을 접고 도망쳤던 소설 속 인호의 마지막 선택을 약간 희망적인 것으로 각색한 것 등을 제외하면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감미로운 멜로물에 주로 출연해 온 공유의 과감한 연기 변신과 피해자인 청각장애 아동 역을 맡은 아역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군 복무 시절 소설을 읽고 공지영 작가에게 영화화할 것을 제안하고,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공유는 6일 오후 서울 CGV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영화 한편으로 세상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합칠 때 언젠가는 그것이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이 두 번째 장편인 황동혁 감독은 “관객들에게 분노나 죄책감을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사회를 고발하겠다는 심정보다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만든 영화”라고 밝혔다. 상영시간 125분. 청소년 관람불가.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