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13) 최동규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구글·애플 성공 비결은 ‘인간 경영’”
입력 2011-09-06 21:49
“인적자원이 아무리 우수하고, 좋은 생산시설을 갖고 있어도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이 열정을 갖지 않으면 효과를 낼 수 없습니다. 개인의 열정이 없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외부에서 사 와야 되죠. 사람이 모든 조직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최동규(63)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최근 재계에서 확산되는 ‘동반성장’이란 화두를 가장 반기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인간존중 생산성’이란 다소 생소한 개념을 전파해 왔다. 회사가 인간의 가치와 자율을 최대한 존중해 줘야 개인의 역량이 극대화된다는 게 요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최 회장은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존중 경영이란 인간 본연의 인권과 자유, 자율을 소중한 가치로 보고 이를 존중하면서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며 “직원을 부품처럼 다루면 시키는 일밖에 안 하지만 인간의 가치를 존중해 주고 자율을 보장하면 능력이 무한대로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인간존중 경영 사례로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들었다.
“구글과 트위터, 애플 등은 4∼5명으로 이뤄진 수많은 팀들이 상호작용을 하고 근무환경도 자유롭습니다. 소파에 기대서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을 만지며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최적의 조건에서 열심히 일한다고 볼 수 있죠. 기업에서 사장이나 종업원이 차별 없이 뒹굴 수 있어야 아이디어가 샘솟고 더 나은 제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는 개인의 의욕과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공정분배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노사가 성과를 공정하게 분배해야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우리도 함께 좋아지는구나’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다”며 “공정한 분배가 되면 종업원들이 달라지고 아이디어가 스스로 나온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욕구가 넘치게 해서 좋은 부품이 대기업에 공급되도록 하려면 중소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해 주고 함께 잘된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그리고 성과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해야 더 나은 아이디어와 서비스, 제품으로 보답하지 않겠습니까. 대기업들이 ‘우리가 해 달라고 하는 대로 만들어 주면 된다’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는 금물입니다.”
그는 인간존중 경영을 잘하는 회사로 세계 소형모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전산’을 꼽았다. 일본 전산의 경영철학은 ‘종업원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얘기하고 싶어하는 회사’라고 한다. “일본 전산은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M&A)하면 그 회사에 가서 직원들에게 ‘웬만하면 결근하지 말아 달라. 주위가 지저분하면 깨끗하게 해 달라’는 정도만 얘기하고, 절대 비용절감이나 인원감축 얘기는 꺼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직원들도 고용불안 없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문화가 곧바로 정착되는 거죠.”
그는 한국생산성본부에서도 인간존중 생산성이란 개념을 취임 초기부터 적용했다. “2008년 12월 생산성본부에 온 뒤 2009년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직원들은 자신들의 고용문제를 걱정하더군요. 그래서 간부들 사모님을 초청해 ‘고용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변화가 일더군요. 해고란 개념은 존재해선 안 됩니다. 직원들이 인간존중을 확신하면 기업이 어려울 때 함께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습니다.”
그는 취임 후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를 처음 도입했다. 재무적 정보뿐 아니라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기후변화 대응, 사회공헌 활동 등 경제·환경·사회적 측면을 함께 평가하는 지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DJSI에 기반한 투자 운용금액이 12조원에 이르는 등 비재무적 평가가 중요해지고 있어 우리도 ‘따뜻한 기업’ ‘착한 기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인간존중 경영 이념은 동남아 각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7년짜리 정부 혁신 프로젝트를 맡아 3년차까지 마무리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CEO 50명을 대상으로 인간존중 생산성의식 고취를 위한 세미나를 조만간 개최할 예정이다. 아프리카에도 노하우를 전수하려 했으나 북아프리카 사태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그는 기업체마다 직원 1∼2명 정도는 인간존중 경영을 이해하고 전파할 사람으로 키워 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뉴생산성본부를 만들었고 현재 1100여명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KPC에는 온·오프라인에 1700여개 교육프로그램이 있으며 연 15만명이 이수하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