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북도서 교훈 벌써 잊었나
입력 2011-09-06 17:47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추진해 온 군의 서북도서 요새화 사업이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시설본부는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 방호진지 구축 공사를 실시하면서 규격 이하의 강판을 사용토록 해 적정한 방호가 어렵게 만들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사업을 담당한 군무원 및 군 간부들을 징계하도록 국방부에 요청했다.
참으로 혀를 찰 노릇이다. 소를 잃어버린 것도 통탄할 일이거니와 그러고도 외양간조차 제대로 못 고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북한의 허를 찌른 일격에 그렇게 당해놓고도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단 말인가. 만약 부실공사에 비리가 개재돼 있다면 반역에 준하는 죄로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
다만 국방부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는데다 당초 6월까지 공사를 끝내려 서두르다 보니 자재를 일괄적으로 규격대로 맞추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담당자들이 사리(私利)를 채우려 한 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해도 그대로 넘어갈 수는 없다.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도적 비리든 실수든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서북도서 전력화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신 못 차리기는 민(民)도 마찬가지다. 국내 한 신문이 지난달 연평도를 현지 취재한 데 따르면 포격 이후 9개월이 지나는 동안 달라진 건 전혀 없었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대피소 등 대피시설은 노후화돼 녹슨 그대로 관리가 전혀 안 된 채 여전히 최하 등급이었고, 유사시에 대비한 면사무소의 긴급 대피방송은 먹통이었다. 한마디로 제2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준비가 전무했다는 것이다.
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살리지 못하면 더 쓴 경험을 하게 마련이다. 두번 다시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 같은 것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하려면 군도 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완벽한 준비태세를 갖춰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