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원장 좀 더 겸손해졌으면

입력 2011-09-06 17:50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결국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에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것이다. 이로써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는 박 이사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 원장의 향후 행보도 주목의 대상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안 원장의 영향력이 지속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나아가 그가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으나 너무 성급한 전망이다.

최근 며칠 새 그의 언행은 오락가락했다. 그래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면 더 성숙해야 하며, 철저한 검증도 거쳐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그는 당초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서울시장이 되면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을 하겠다고 했다.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담겨 있다. 그랬던 그가 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정치적 발언이다. 표현 방식도 품위가 없다. 한때나마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려 했던 것도 한나라당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정치적 이유가 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역사관도 동원됐다. 현 집권세력이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고 있으며, 따라서 현 집권세력이 확장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자신의 말이 좀 지나쳤다 싶은지 어제는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면 지지하겠으며, 자신은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이 아니라고 발을 뺐다. 어떤 발언이 안 원장의 솔직한 마음인지 알쏭달쏭하다.

안 원장은 성공한 CEO이므로 내세울 만한 점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었다. 정치만 한 분, 변호사만 하다가 시정(市政)하는 분, 대학교에만 있던 분보다는 내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공적개념을 가진 CEO”라는 등의 자화자찬은 좀 심했다.

안 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저에 대한 기대를 잊지 않고, 사회를 먼저 생각하고 살아가는 정직하고 성실한 삶으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좀 더 겸손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