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검찰 조사] 檢 “돈 준 사람 숨기려 차용증 중복 작성” 판단

입력 2011-09-07 00:24


검찰은 6일 재소환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구속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의 차용증을 이중으로 작성한 경위에 대해 캐물었다. 검찰은 전날 1차 조사에서 지난해 5월 박 교수와의 단일화 협상 과정에 대한 곽 교육감의 진술을 충분히 들은 만큼 2차 조사에선 중복 차용증 등 증거물을 제시하면서 작성 경위와 2억원의 자금 출처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과 측근 K교수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똑같은 차용증 6장씩 총 12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용증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여섯 차례에 나눠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과 관련돼 있으며 6장은 곽 교육감 명의로, 시차를 두고 이후에 작성된 똑같은 6장은 이름만 K교수로 바꿔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곽 교육감이 실제 돈을 주고도 K교수가 준 것처럼 꾸미기 위해 차용증을 이중으로 만들었다고 판단하고, 이를 대가성과 연계해 곽 교육감의 사전구속영장에 구속 사유로 적시할 예정이다.

검찰은 또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 가운데 1억원의 자금 출처도 조사했다. 곽 교육감의 부인 정모씨는 지난달 31일 검찰 조사에서 2억원 중 1억원은 자신과 언니가 보유한 돈으로 마련했고, 나머지 1억원은 곽 교육감이 5000만원씩 두 차례 현금으로 마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교육감 측은 남은 1억원의 출처에 대해 “아는 사람에게 빌린 돈이며 공금이 아닌 깨끗한 돈”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애초 곽 교육감과 박 교수의 대질 신문도 계획했으나 증거물이 충분히 확보돼 세부적인 진술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은 곽 교육감이 상대 후보인 박 교수의 후보 사퇴를 종용하고 2억원이란 대가를 지급했다는 큰 줄기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교수 측 김재협 변호사는 “진술이 크게 다른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특별히 양쪽 이야기를 비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곽 교육감은 오후 1시54분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관용차를 타고 나타났다. 1차 조사에서 새벽 3시30분을 넘어 귀가한 탓인지 얼굴은 다소 수척했다. 곽 교육감에 대한 전날 조사는 8시간 남짓 이뤄졌지만 곽 교육감이 진술 모습을 담은 영상녹화 자료와 조서를 검토하는 데만 8시간 이상 걸려 결과적으로 밤샘 조사가 돼버렸다. 전날에 이어 두 번째 포토라인에 선 곽 교육감은 “무죄 입증을 자신하느냐” “2억원은 깨끗한 돈이 맞느냐”라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고, 잠시 포즈를 취한 뒤 곧장 조사실로 올라갔다.

우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