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박원순 단일화] 대선 주자들은 ‘安風 주의보’… 중도층 지지 많은 박 前대표 긴장

입력 2011-09-06 20:07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불러일으킨 안풍(安風)은 서울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 구도도 흐트려놨다. 안 원장의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한 선거 전문가는 6일 “추석 밥상에서 대권주자 안철수가 화제가 될 것”이라며 “순식간에 대선 판도가 안철수 대 박근혜의 싸움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기존의 진보 진영과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치 조직이 반(反)한나라당 공감대를 형성할 경우 한나라당 경쟁력은 약해진다”며 “당내에서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인물을 요구하면, 과연 박 전 대표가 적임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먼저 ‘박근혜 흔들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20, 30대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소통하는 안 원장의 스타일과 비교되면서 박 전 대표의 기존 이미지가 구태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원장이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지지층을 포함해 중도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그동안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중도층의 표가 박 전 대표에게 가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전면적으로 대권 전략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보다 오히려 한나라당 내 차차기 주자군으로 꼽히는 남경필 원희룡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부담스럽게 됐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주자들 역시 지지율 하락 등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적인 성향에 기존 정당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문 이사장의 지지율도 조정될 전망이다. 이미 문 이사장 때문에 한 차례 지지율 하락을 겪었던 손 대표 역시 영향을 받을 듯하다.

반면 안 원장 바람이 서울시장 선거를 끝으로 사그라들면 대권주자들이 큰 상처를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