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수확의 계절, 투자자들은 거둘 게 없다

입력 2011-09-06 17:41


필자는 지난 한 달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시장을 보수적으로 전망했지만, 시장이 급격히 하락해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 고객 자산에 손실을 입었고, 전망과 대응의 불일치를 자책하느라 괴로웠다. 현재도 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어 고통스럽다.

투자가들은 잔인했던 8월을 보냈지만 9월에도 힘든 시간을 맞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은 8월이 주가폭락의 원인 찾기에 분주했다면 9월은 낮아진 주가수준에 서서히 적응하는 기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 주가하락의 원인이 해당 기업의 고유요인이 아닌, 통제할 수 없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들은 주식투자를 하면서 전 세계의 정치, 경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리스크는 측정과 대응이 가능한 반면 불확실성은 측정과 대응이 불가능하다. 지금이 정상적인 경기 사이클에서 나타나는 순환적 둔화인지, 과도한 부채로 인한 구조적 불황의 시작인지 알 수 없다. 각국의 정치가들에게 운명을 맡기는 것도 너무 불확실하다. 인내의 한계에 다다르면 투자자들은 항복할 것이다. 수확의 계절 9월에 투자자들은 거둘 것이 없고 계절은 쓸쓸하다.

주식시장에서 항복이라는 단어는 역설적이다. 더 이상의 기대를 접고 모두가 포기하는 순간을 의미하며, 이 순간은 다시 새로운 상승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복잡한 정치경제 환경을 타개하는 데는 각국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고 장기적 안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즉각적인 처방으로 공멸을 피하고 장기적 과제는 시간을 가지고 정비하는 길을 택할 것인가의 갈림길이다.

시장은 당장 정책을 내놓기를 바라지만 정치권은 이론과 명분을 중요시한다. 둘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가 전달되어 정치권의 항복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건 경기지표의 심각한 출현이나 금융시스템의 붕괴 우려, 그리고 거기에 따르는 투자가들의 항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항복하기 전에 나타날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책을 예상해 보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의 전향적 태도 변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화적 통화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조다.

8월 일시적인 반등은 Fed의 정책변화 가능성 그 자체보다는 버냉키가 잭슨홀에서 보여준 자신 있는 ‘태도’ 때문에 나타났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9월은 이 모든 불확실성이 점차 축소되는 시기일 것이라는 점이다.

채승배 HR투자자문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