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천국에 가느냐, 마느냐… 복음은 그렇게 작지 않다!

입력 2011-09-06 17:46


사랑이 이긴다/랍 벨 지음/양혜원 옮김/포이에마

‘사랑이 이긴다(Love Wins)’는 올 초 미국에서 ‘지옥논쟁’으로 충분히 화제가 된 책이다. 저자인 미시건주 마스힐바이블처치 담임 랍 벨(40) 목사는 내세관과 관련, 치열한 신학적 논란의 중심에 서야 했다. 리처드 마우, 존 파이퍼, 앨버트 몰러 등 미국 기독교계의 지성들이 벨 목사의 편을 들기도, 그를 강력히 비난하기도 했다. 국내의 반응도 꽤 높았다. “지옥이 있다”와 “없다”에 대한 미국 내 논란은 고스란히 한국에도 전해졌다. 이 책이 번역·출간되기도 전에 사람들은 ‘사랑이 이긴다’라는 제목 정도는 알게 됐다.

최근 이 책은 출판사 포이에마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그런데 몇 개월 전 이 책에 보였던 국내의 관심에 비해 판매는 변변찮다는 소리다. 적어도 이 기사를 쓸 때까지는 말이다. ‘사귐의 기도’의 저자인 김영봉 목사가 쓴 추천사 제목은 ‘바람아, 불어라!’. 그만큼 책의 가치를 인정하며 국내에 랍 벨 바람이 불기를 바랐기 때문에 나온 제목이리라. 그러나 아직 바람은 불지 않고 있다.

책을 읽고 난 이후 기자 역시 김 목사와 같은 생각을 했다. ‘바람이 불면 좋을 텐데….’ 책이 촉발시킨 ‘지옥 논란’에 대한 기사는 관심 있게 보았으면서도 정작 그 내용을 깊이 알 수 있는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한 책이다. 미국에서 화제가 된 이유가 분명 있었다. 재미있다. 저자의 ‘시적 상상력’에 의한 풍성한 질문과 대답이 있다. ‘지옥 논란’의 차원보다 더 깊고 중요한 복음의 본질에 대한 요소들이 들어 있다. 랍 벨이 신학자가 아닌 목회자라는 사실을 주의한다면, 시적 상상력을 활용한 그의 글에 교리적 정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면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다. 상당히 많은 영적 교훈도 얻을 수 있다. 그의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책을 보며 “그래, 이거였어”라며 무릎을 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남들의 반응보다 그 책에 대한 나의 반응이 더 중요하지 않는가. 일단 이 책을 들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영성작가 유진 피터슨은 추천의 글에서 말했다. “이 책을 옹호하는 글을 쓰면 사람들이 나를 공격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옹호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책을 보고 나서 사심 없이 ‘타인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방영된 ‘시크릿 가든’에서 탤런트 현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게, 최선입니까?”

벨 목사는 끊임없이 하나님께 질문한다. 전통적 복음주의권 사람들에게는 꽤 불편한 질문일 수 있다.

“사람들을 다른 어딘가(천국이나 지옥)로 가게 하는 것이 예수가 하시는 일이라면 기독교 신앙의 핵심 메시지와 이생의 관계는 고작 다음 생애에 필요한 것을 손에 쥐어주는 것밖에 안 되는 것 아닙니까? 하나님, 그게 최선입니까?”

“지금까지 살았던 수십억의 사람들 중에 선택된 몇 명만이 ‘더 나은 곳’으로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영원한 고통과 형벌 속에서 괴로워해야 한단 말입니다. 하나님, 그게 최선입니까? 그러고도 당신은 여전히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주장하실 수 있단 말입니까?”

“희망이 없다고 선언하는 것(그렇게 한다면 지옥에 갈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이 받은 신선한 소명입니까? 당신은 정말 그렇게 의도했습니까?”

벨 목사가 던지는 질문은 평범한 신앙인들이 평생 한번쯤은 질문할 법한 내용이다. 그는 명시적으로 책 어디에도 “지옥은 없다!”라고 말하지 않지만 보통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교육받은’ 내세관과는 다른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벨 목사는 죽고 나서 가는 ‘지옥’에 대해서는 집착하는 데 비해 이 땅 도처에 만연되어 있는 지옥의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 통렬한 공박을 한다. 때론 “그렇게 해선 지옥 간다”고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주 이 땅에서 ‘지옥의 건설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보다 깊숙한 질문, “사랑 충만하시며 강하고 놀라우신 하나님이 결국에는 실패하실 수도 있는 것인가?”라는 내용의 물음을 던진다. 벨 목사는 절규하듯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하나님은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신다. 결코!” 그러면서 그런 추적하시고,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의 하나님께서 피조물이 이 땅에서 보낸 몇 년 동안에 지은 유한한 죄 때문에 무한히 고통 받는 것(지옥에 가는 것)을 허용하시겠는가라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밝힌다. 그에 따르면 지옥은 ‘하나님이 해석해서 들려주시는 우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것’이다. 벨 목사는 복음이 ‘천국에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축소되면 기쁜 소식(복음)은 문지기를 지나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티켓으로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결론처럼 말한 “복음은 그렇게 작지 않다!”는 말은 강렬하다.

그는 말한다. “복음은 하나님 일에 대한 즐거운 참여다. 그 참여는 바로 오늘 이 시간, 이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복음을 즐거운 참여가 아니라 천국 입장권으로 이해하면 폭발적으로 해방감 넘치는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할 수 있다.”

벨 목사는 부자청년의 이야기, 돌아온 탕자의 이야기 등을 통해 하나님의 성품과 속성을 말한다. 천국과 지옥 등 각종 주제에서 우리의 이야기가 왜곡된 것은 마치 탕자 이야기 내의 두 아들과 같이 우리 역시 하나님의 본성을 오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모든 논의 위에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그 사랑 때문에 예수가 오셨다. 나는 사랑 때문에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사랑으로 마무리한다. 이 거대하고, 광범위하고, 무한하고,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사랑을 직접 경험하기 바란다. 이 사랑은 처음부터 여러분의 것이었다. 뼛속 깊이 알기를 바란다. 사랑이 이긴다는 사실을.”

김영봉 목사는 여러 각도에서 이 책을 분석했다. 그 가운데 이 말이 눈에 띈다. “랍 벨은 기독교의 복음(福音)이 화음(禍音)으로 변질된 것을 안타까이 여기고 그것을 돌이키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분명, 이 책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다. 복음주의권에서 존경받는 존 파이퍼 목사가 책을 보고 트위터에 “잘 가시오, 랍 벨!(Farewell, Rob Bell!)”이라고 쓴 분명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신이 이 시대에서 복음이 화음으로 변질된 느낌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한번 벨 목사의 책을 들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