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남중국해 제해권”… 中-美 힘겨루기 가속

입력 2011-09-06 17:45


“우리는 ‘남해(남중국해)’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에 더 현명한 다음 세대로 넘기는 게 낫다.” 덩샤오핑(鄧小平)이 한 이 말은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이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중국은 호칭에서 보듯 기본적으로 남중국해를 자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대만과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등과 함께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core interest)’에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집착하는 이유는 전략적인 가치와 풍부한 자원 두 가지다. 특히 난사군도는 말래카 해협과 인도양을 잇는 관문으로 이곳을 지나지 않고는 인도양은 물론 태평양 진출이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난사군도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상업적으로는 중국 전체 무역량의 절반 이상이 이 해역을 통과한다. 중국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도 말래카 해협을 거쳐 반드시 이곳을 지난다. 석유와 가스 등 이곳에 매장된 천연자원도 포기하기 어렵다. 남중국해가 전 세계 물고기 공급의 15%를 차지할 만큼 어업자원도 엄청나다.

◇중·미 대결장 남중국해=이 해역에서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는 나라는 중국과 동남아 5개국(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에다 대만까지 합해 모두 7개국이다.

지난 5월 하순 벌어진 사건은 이곳에서 언제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중국 순시선 3척이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원유 탐사 작업 중이던 베트남 국영석유회사 소속 탐사선에 몰려들어 설비를 파괴했다. 중국 순시선은 중국 영해를 벗어나라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뒤 이어 격렬한 반중 시위가 벌어졌고 전 국민 징집령까지 내려졌다. 필리핀도 이에 가세해 중국과 각을 세웠다. 두 나라가 중국에 맞서는 것은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필리핀과 베트남은 중국과의 긴장이 한창 고조된 지난 6월과 7월 각각 미 해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은 이미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에 직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보면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은 결국 이곳의 제해권을 장악하려는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로 귀결될 수 있다.

◇남해함대와 미 7함대=군사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남중국해에서 중·미 간 직접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본다. 국방대학교 박창희 교수(중국군사)는 “장기적으로 중국이 난사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실현시키려고 할 경우 미국은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를 모항으로 하는 7함대와 괌, 호주 등에 배치된 전력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남해함대 전력을 전개시키게 된다. 공군이 발간한 외국군구조편람(2009년)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남해함대에는 3개의 항공사단과 해병대 2개 여단 1만여명이 배치돼 있다. 함정 수는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각 함대는 통상 300척 안팎의 함정과 잠수함 20여척을 기본으로 보유하고 있다.

남해함대 소속 하이난다오(海南島) 해군기지에는 이미 핵잠수함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시험운항을 했던 항공모함 바랴크호도 이 기지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남중국해에서 4000t급 어업순시선을 증강시키고 있다. 이름만 어업순시선일 뿐 함포 등을 장착하고 있어 다른 선박에 대한 공격도 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게 될 미 7함대 전력은 병력 6만명가량에다 항공모함 1척, 지휘함 1척, 이지스 순양함 2척, 구축함 7척, 상륙함 4척, 핵잠수함 3척, 소해함 4척, 항공기 350여대로 구성돼 있다. 7함대의 주요 방위선은 북태평양 해상교통로와 남태평양 해상교통로다. 남중국해는 샌디에이고에서 괌, 롬보크 해협을 거쳐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로 연결되는 남태평양 해상교통로에 속해 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지난해 진수한 스텔스함 ‘인디펜던스’호를 홍콩과 싱가포르를 잇는 항로상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져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향후 전망=베트남과 필리핀은 최근 각각 중국 측과 갈등 확대를 막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미봉책에 가깝다. 중국 군함이 지난 7월말 남중국해에서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던 인도 해군 전차상륙함과 대치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서 보듯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

더욱이 미국은 남중국해 진입로인 싱가포르에 군함 상주 배치를 고려할 만큼 중국 해군력의 이 해역 진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중장기적으로 중·미 해군력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Key Word : 남중국해

태평양에 속하는 해역으로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대만으로 둘러싸여 있다. 전략적 가치 등으로 인해 주변국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은 이곳을 ‘남해’라고 부르면서 중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과 맞서고 있다. 시사(西沙)군도(파라셀군도)와 난사(南沙)군도(스프래틀리군도)가 영유권 분쟁의 핵심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