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가시지 않는 여운… “번개 떠나도 추억 한아름”
입력 2011-09-05 20:04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화려한 피날레를 선물한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0일 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출국했다.
남자 4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을 갈아 치웠던 볼트는 5일 오전 대구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인천공항까지 이동한 후 오후 1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지난달 16일 입국한 볼트는 대구에서 쉼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경산종합운동장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데 이어 숙소 인근 체력 단련장에서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볼트는 후원업체가 마련한 외부 행사 등에 참석한 후 23일 선수촌에 입촌해 메달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대회 기간 중 남자 100m, 200m, 400m 계주에 출전해 금메달 2개를 획득한 볼트는 이번 달 유럽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에 참가한 후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는 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벨트 클라세’ 육상대회,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메모리얼 반 담’ 육상대회가 예정돼 있다. 볼트측은 지난달 한국 입국 직전 대구 대회와의 일정 등을 이유로 벨트 클라세 육상대회 참가 거부 의사를 이미 해당 조직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볼트는 메모리얼 반 담 육상대회 200m에만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구 대회는 볼트에 울고 웃었다고 할 정도로 볼트의 원맨쇼에 가까웠다.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 류샹(28·중국), 블랑카 블라시치(28·크라아티아) 등 육상 스타들이 줄줄이 몰락하는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스타로서의 존재감을 유지했다.
특히 볼트는 100m에서의 부정 출발을 의식한 듯 3일 200m 결승에서는 반응속도가 0.193초로 8명의 결승 진출자 중 가장 늦었지만 특유의 스피드로 치고 나오며 월터 딕스(25·미국), 크리스토프 르매트르(21·프랑스)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그의 스피드를 입증했다. 4일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 계주에서는 마지막 주자로 나서 대회 유일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볼트 개인으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베를린 대회에 이어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는 순간이었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