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옛골목 ‘공포의 철거’… 中당국 주민 감시·협박속 진행
입력 2011-09-05 21:23
중국 베이징의 구시가지 골목 ‘후퉁(胡同)’에서 벌어지는 당국의 철거작업으로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산당 본부와 국무원 등 정부 주요기관이 몰려 있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외곽에는 주변 집들이 곧 ‘수집’될 거라는 벽보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이는 완곡한 표현일 뿐 실제로는 철거대상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프로젝트 629’라는 이름의 비밀단지 건설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들은 비밀단지가 고위관료들의 관저로 사용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한 전직 운전기사는 “지금 서 있는 곳은 제2의 중난하이가 될 것”이라면서 “이사를 가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느냐. 중국에는 정부가 원하는 법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당국은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압박했다. 주민들은 “당국이 전화를 도청했으며 총을 든 경비원들이 거리를 순찰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철거에 거세게 항의하는 주민들을 잡아갔다. 한 주민은 베이징시 토지국과 주택관리국을 상대로 소송을 하려 했지만 법원은 소장 접수조차 거부했다. 철거 일정에 따라 전기와 인터넷이 끊겼고 그는 이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FT는 후퉁 지역을 허물고 짓는 시설이 기존의 구시가지 철거와는 달리 중국 지도부의 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고위층은 중동의 재스민 혁명에 영향 받은 민주화 시위가 베이징 한복판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집소유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많은 이들이 돈을 받거나 서류에 서명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1949년부터 이 지역에 살아온 주민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 집을 팔 권리가 있느냐의 문제”라며 “이건 매매가 아니라 강탈에 가깝다”고 하소연했다.
베이징에서는 당국의 허울 좋은 거주시설 개선 명목에 지금까지 약 2000가구가 쫓겨났다. 현지 언론들은 7만5000명의 주민들이 프로젝트 629에 따라 이사를 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