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軍 정보력서 졌다”… 시민軍 규모·민의 흐름 전혀 파악못해

입력 2011-09-05 19:02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말은 리비아 내전에서도 유효했다. 내전 당시 무아마르 카다피 군은 정보 부족으로 고전했다고 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가 리비아 정보기관 사무실 등지에서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내전발발 후 카다피 측 정보요원들은 시민군의 규모와 전술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거의 입수하지 못했다.

2월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한 메모에는 ‘알마르지 지역의 시위대는 알코올에 중독된 말썽꾼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트리폴리 교외 타주라 지역에서 올라온 보고는 시위대를 ‘길 잃은 개들’이라고 표현했다. 시위 주동자 몇 명을 지목하며 “이들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한 보고서도 있었다. 민의와 시위의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시민군의 세가 커져버린 5월쯤에 이르자 정보 보고는커녕 이들은 서로 헐뜯기에 바빴다. 한 중령은 5월 1일자 메모에서 “상관이 사무실에 이집트 여자를 데려와 약을 먹이고 강간했다”고 보고했다.

이중스파이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보고서도 발견됐다. 이 스파이는 “시민군 지도자를 암살하거나, 음식에 독을 타 넣을 수 있다”고 썼지만 정작 6쪽의 보고서는 잘못된 정보로만 가득했다.

모하메드 알이사위 중장은 4월 26일 상부에 보내는 8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사령부에서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 부대를 배치했다”면서 “패배의 원인은 정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