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MK, 재계 ‘맏이’로 뜰까

입력 2011-09-05 18:54

올 상반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순이익이 삼성그룹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대차그룹이 과거 재계 1위였던 현대의 영광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특히 최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정부의 ‘공생발전’ 요구에 화답하며 5000억원을 사재 출연하는 등 재계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어 수십년간 재계 리더 역할을 해 온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는 2000년 모그룹인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와 그룹 승계를 둘러싼 정몽구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 전 회장의 ‘왕자의 난’ 이후 자동차가 계열분리되면서 재계 1위(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자산기준)를 삼성에 내줬다.

현대중공업까지 떨어져 나가면서 현대가는 와해되고 ‘세계 경영’을 기치로 지구촌을 누볐던 김우중 회장이 이끄는 대우그룹도 몰락하면서 지난 10년간 삼성의 독주시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대·기아차 약진에 힘입어 현대차는 계열분리 당시 재계 5위에서 2005년 2위로 뛰어올랐다. ‘이병철 vs 정주영’ 등 삼성과 현대의 창업주 시대를 이은 ‘이건희 vs 정몽구’의 구도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공생발전 화두를 꺼낸 이후 개별 그룹 차원에선 제일 먼저 5000억원 사재 출연을 치고 나왔다. 추석을 앞두고 1조1500억원의 납품대금을 협력업체에 조기에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잇따라 발표했다.

매년 명절 때면 나온 조치이긴 하지만 삼성 LG 포스코 등은 현대차를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과거 ‘미소금융재단 설립’이나 기부금 출연 등에서 재계 1위 삼성이 하는 것을 보고 다른 기업들이 뒤따라가던 것과 비교하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매년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던 노사문제도 최근엔 분규 없이 술술 풀리고 있고, 현대·기아차는 명실공히 글로벌 자동차업계 5위로 진입하면서 탄력이 붙은 상태다.

반면 일본 전자업체들의 몰락으로 지난 10년간 승승장구해 온 삼성은 최근 반도체가격 하락과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협공으로 고심하고 있는 상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대외 활동보다 그룹 내부 전열 다지기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