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 못갚는 영세기업 늘어난다… 회사채 발행 급감·자산 매각도 안돼 돈줄 꽁꽁
입력 2011-09-05 22:00
경기침체로 은행에 돈을 갚지 못하는 영세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이 이들 업체를 대신해 갚아준 돈(대위변제액)이 올해 상반기에만 7652억원이나 됐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들의 채권 발행 규모도 크게 줄어드는 등 자체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선진국의 저성장으로 하반기 경기 둔화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상반기 대신 갚아준 돈 7652억원=5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대위변제율(전체 보증잔액 대비 대위변제액 비중)은 4.0%로 지난해 말 3.2% 대비 0.8% 포인트나 급증했다. 이 기간 대위변제액은 765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219억원)보다 1433억원 많다.
대위변제액은 신보의 보증을 받은 기업이 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못했을 때 신보가 대신 갚아주는 돈을 뜻한다.
특히 올해 대위변제율 상승세가 거세다. 대위변제율은 금융위기 이후 2009년 3.4%에서 2010년 1분기 3.3%, 2분기 3.1%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 1분기 3.7%로 0.5% 포인트 급증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신보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보증 금액을 급속히 늘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된 데다 올해 다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중소기업의 부실이 커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도 대위변제율 상승의 원인이 됐다.
신보 관계자는 “채무 부실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대위변제를 집행하지 않고 해당 기업에 지분이나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상환을 유도한다”며 “기업들이 채무 상환을 위해 자산을 팔려고 해도 부동산 경기 등이 나빠 제 값을 못 받거나 거래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채 시장서 소외돼 자금조달 창구 없다=기업들의 자금줄로 꼽히는 회사채 시장에서 중소기업 채권 발행도 급감해 이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BB+’ 이하 채권 발행액은 지난해 상반기 4728억원에서 하반기 3114억원, 올 상반기 195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3분기 들어서는 200억원 발행되는 데 그쳤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고수익 채권 현황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채권에서 ‘BB+’ 이하 채권 발행 규모는 2009년 2.29%에서 2010년 1.78%로 감소했다.
3년 만기 기준 AA- 등급 회사채와 BBB- 등급 회사채 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이날 5.94% 포인트나 됐다. 두 등급 간 수익률 스프레드는 2008년 말 4.3% 포인트에서 2009년 6.05% 포인트로 올라섰고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량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로만 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긴축에 나서 우리나라 경기도 침체나 둔화가 예상된다”며 “더구나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은행과 제2금융권 대출까지 제한하고 있어 영세 중소기업 등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