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전세 동나 단독·연립도 ‘불길’… 갈수록 심각해지는 전세난

입력 2011-09-05 20:00


“비싸기도 비싸지만 전셋집을 구하려고 해도 나와 있는 게 없어요.”

5일 서울 반포동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2009년 7월 입주 때보다 전세금이 배 가까이 올랐지만 중소형 전세는 한 채도 없었다.

2년 전 3억원대였던 59㎡형(전용 면적) 전셋값은 현재 6억원까지 올랐지만 대부분 재계약이 이뤄져 전세 물량이 씨가 마른 상태였다. 현재 전세로 나와 있는 것은 198㎡형과 222㎡형 등 대형 평형뿐이었고 그것도 전체 2444가구 중 40여건에 불과했다.

오래된 아파트의 재개발·재건축이 예정된 지역의 아파트에서도 남아 있는 전세 물량을 찾기 힘들다. 하반기 재개발을 앞둔 서울 고덕 시영아파트 인근의 암사동 선사현대아파트의 경우 인기 평수인 99㎡형은 현재 전세로 나와 있는 물량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의 쌍용1차 아파트 104㎡형의 경우 현재 전세로 2건만 나와 있다. 근처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104㎡형의 전셋값은 4억8000만∼5억원인데, 연초보다 1억원이나 올랐다. 그래도 전세 수요가 많아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청실아파트 재건축 이주 수요가 지난달부터 본격화되면서 대치동 인근의 전셋값이 다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시세를 말하는 게 무의미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서울 반포동의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요즘 전셋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도림동 대림e편한세상 아파트 59㎡형에 전세로 사는 정성민(37·여)씨는 올해 1월 중순 동만 바꿔 같은 평수로 이사하면서 전세금을 4000만원이나 올려 줬다. 그러나 현재 같은 평수의 전셋값은 8개월 만에 3000만원이나 더 오른 2억1000만원이다.

서울 신도림동 W공인중개사 대표는 “요즘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전셋값을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를 중재하는 게 일”이라고 말했다.

인기 지역의 아파트나 재건축·재개발 이사 수요가 몰리고 있는 지역의 아파트들은 전세 물량 자체가 동난 상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강남발 전세대란이 주거용 오피스텔 등 중소형 주상복합으로 확산되면서 강동, 마포, 서초, 강서 등 주요 지역은 전셋값이 매매 가격의 80%를 넘어섰다. 특히 역세권 요지의 주상복합은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과 비슷해도 전세 물량 품귀로 없어서 못 구하는 실정이다.

전셋값 상승은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단독주택의 전셋값은 올 들어 8월까지 3.4%, 연립주택은 5.8% 상승했다. 과거 같은 기간의 전셋값 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단독·연립 모두 7년 내 최고치다. 서울의 연립주택 전셋값의 경우 6월 0.4%, 7월 0.5% 상승에서 8월 0.8% 상승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8월 상승률의 2배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리서치자문팀장은 “글로벌 경제침체 우려에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마저 강화되는 분위기에서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옮겨 갈 길마저 차단됐다”며 “만성적인 전세 물량 부족 상태에서 전셋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