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법조인·고위공직자 잇단 영입… 정권 후반 사정 대비 ‘방패막이’?

입력 2011-09-05 21:46


국내 대기업들이 법조인이나 정부 고위관료 출신을 잇따라 그룹의 고위직으로 영입하고 있다. 전문성과 효율성이 영입의 표면적 이유지만, 기업들이 이들을 각종 이권을 위한 로비스트나 일종의 ‘보험용’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크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포함해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그룹사들 대부분은 법무부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기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나 감사위원, 법무실장 등에 대거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법조계 인사의 영입이다. SK㈜ 윤리경영부문장을 맡고 있는 윤진원 부사장과 SK텔레콤 GMS 김준호 사장은 모두 검사 출신, SK에너지 강선희 전무는 판사 출신이다. SK그룹을 두고 ‘법조타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김상균 준법경영실장 역시 서울 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고, 삼성전자의 조준형 부사장은 검찰 및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했다. 삼성그룹의 김현종 법무실 사장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100대 상장기업 사외이사 454명 중 16.7%인 76명(4명 중복)이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에 소속된 변호사와 고문 등이다.

청와대나 정부관료 출신도 많다. CJ그룹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박제찬 전 국가정보원 경제정보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경찰 측 인사를 대거 영입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영화 전 대전경찰청장을 삼성물산 고문으로 끌어왔고, 보안업체 에스원도 지난해 조용연 전 울산경찰청장을 퇴임과 동시에 감사로 영입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이같이 사정기관 출신 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이 정권 후반 사정기관의 ‘대기업 손보기’ 현상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관계자는 “전직 관료는 정부 기관과의 역할 수행을 위해 영입하고, 법조인은 소송 대비용이 많아 로비스트 역할로 볼 수 있다”며 “다방면에서 줄대기가 가능한 인사들이 선호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기업 내부의 윤리경영, 투명경영 차원에서 사정기관 출신 인사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며 “그들의 노하우가 사업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