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소환] “이실직고” “郭은 결백”… 청사 앞은 ‘檢-郭 대리전’

입력 2011-09-05 21:38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검찰 소환은 시작부터 이념대립으로 얼룩졌다. 후보 매수를 위한 돈거래 의혹 사건의 사법처리 문제를 놓고 진보, 보수 진영 간에 감정적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5일 오전 11시 곽 교육감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내자 청사 앞은 곽 교육감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시위로 난장판이 됐다.

오전 10시 곽 교육감 지지자 30여명은 곽 교육감이 오기를 기다리며 ‘곽노현은 결백하다’ ‘정치검찰 반성하라’ ‘곽노현은 착한 사람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청사 앞을 메웠다. 반대자 10여명은 이때까지 지지자들 사이에 조용히 있었다. 곽 교육감의 출두시간이 임박해지자 검찰 수사관 8∼9명과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경찰 등이 나타났고 긴장감이 고조됐다.

오전 11시 감색 양복에 푸른 넥타이 차림의 곽 교육감이 검은색 에쿠스 관용차에서 내리자 순간 반대자 10여명은 곽 교육감에게 달려들었다. 고함을 치며 사퇴를 요구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지지자들과 몸싸움이 벌이며 마찰을 빚었다.

반대자들은 “이실직고해라” “네가 그러고도 교육감이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지자들은 이에 맞서 “곽 교육감님을 신뢰합니다. 응원합니다. 걱정 마십시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청사 현관 앞은 건물로 들어가려는 곽 교육감을 중심으로 지지자와 반대자뿐만 아니라 수사관과 취재진 등으로 뒤엉켜 버렸다.

당황한 기색을 내비친 곽 교육감은 가까스로 포토라인에 섰으나 “2억원 대가성을 인정하는가” “이면합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굳은 표정만 짓다가 수사관 경호를 받으며 9층 공안부 조사실로 올라갔다. 이후에도 청사 앞은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에 욕설과 고성이 오가며 충돌을 빚었다. 곽 교육감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청사 앞에 나와 취재진에게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곽 교육감은 오전 10시 10분쯤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면서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은 분께 걱정을 끼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저의 전 인격을 걸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한 뒤 검찰청사로 향했다.

그는 이날 오전 9시에 실·국장 회의를 소집해 “나는 일관되게 부끄럼 없이 해 왔고, 지금도 한 점 부끄럼 없다. 당당하게 검찰출두 하겠다. 업무에 공백 생기지 않도록 각자 맡은 일 정상적으로 추진해 달라. 검찰 조사 잘 받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감과 검찰의 악연은 3년여 만에 되풀이됐다. 2008년 12월 공정택 당시 서울시교육감은 선거비 불법조성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다음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공 전 교육감을 수사한 부장검사는 현재 곽 교육감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공상훈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