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완납’ 46년 만에 약속 지켰다… 정년퇴임 교수, 100만원 들고 찾아와

입력 2011-09-05 19:29

대학교수 출신의 70대 노신사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지불하지 못했던 병원비를 46년 만에 갚았다.

5일 광주기독병원에 따르면 김남현(72)씨가 지난 1일 오전 광주기독병원 박병란(59·여) 병원장을 찾아왔다. 오래 전 갚지 못한 병원비를 갚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1965년 사고로 앞니가 부러져 당시 광주제중병원(현 광주기독병원)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치료비를 절반밖에 내지 못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퇴원했다.

김씨는 이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대구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바쁜 일상을 살면서 병원비에 대한 약속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러다 정년퇴직 후 자신의 삶을 정리하던 중 광주제중병원에 치료비를 갚지 않았던 사실이 기억났다.

김씨는 박 원장을 만나 “선교사에게 치료를 받은 기억이 난다. 당시 치료비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어 100만원을 가지고 왔다”며 “이 정도면 맞는 금액인지 모르겠다”면서 46년 만에 남은 병원비를 정산했다. 그는 “늦었지만 빚을 갚고 약속을 지키게 돼 마음이 개운하다”고 말했다.

광주=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