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문건 한국 외교 현주소] 北 ‘WMD 의심’ 밀거래 美 3년간 7번 넘게 저지

입력 2011-09-05 18:32

북한이 미사일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포함한 무기류를 수출하려다 차단된 경우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잇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밀기계, 미사일 관련 부품의 북한 반입 시도도 잇따라 파악돼 미국이 분주히 움직였고, 이에 맞서 북한도 각종 우회적 방법을 동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5일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2009년 1월 15일 미 국무부에서 아프리카 각국 주재 대사관에 보낸 전문에는 북한에서 무기 수출을 담당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대표단이 사하라 주변지역을 여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무부는 대표단 도착 시기와 북한 화물선 비로봉호가 이 지역에 도착하는 시기가 맞물려있는 점이 수상하다면서 관련국들에 북한과의 무기 거래를 중단하라는 경고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같은 해 7월 24일 주(駐)러시아 대사관에 보낸 전문에서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트럭을 구입해 예멘으로 보내려고 한다면서 러시아 당국의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도록 했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에서였다.

2008년 11월 22일에는 주싱가포르 대사관에 전문을 보냈다. 이란으로 향하는 북한 화물선 소흥1호가 크루즈미사일을 선적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정박 시 화물검색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해 4월 8일 주터키 대사관에는 시리아로 가는 고려항공 화물기에 대한 검색을 북한이 동의하기 전까지는 영공 통과를 허가하지 말 것을 터키 정부에 요구하라고 지시했다.

수상한 물자 반입도 저지했다. 같은 해 10월 7일 주스위스 대사관에는 “북한이 핵 관련 장비를 스위스 회사를 통해 구매하려고 한다”며 스위스 당국에 조사를 촉구하라는 내용의 전문을 발송했다.

그해 9월 17일에는 도쿄에 있는 미국대사관에 공문을 보냈다. 북한이 중국의 뉴이스트인터내셔널 트레이딩이라는 회사와 함께 수출통제품목 구매를 시도하고 있으니, 일본 정부에 알리라는 것이었다.

2007년 9월 5일에는 스위스 주재 대사관에 “북한이 1990년대 사용했던 방법으로 스위스에 새로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스위스 정부에 금융시스템 보호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