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태풍] 내홍 빠져든 민주… 최고위원회의 또다시 고성

입력 2011-09-05 15:09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설에 당황한 민주당이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또다시 고성이 오갔다.

이날 충돌은 비주류를 대표해 출마를 선언한 천정배 최고위원이 손학규 대표를 겨냥, “앞으로 대선 언급을 하시지 말라. 당사자이기 때문이다”고 쏘아붙인 것이 기폭제였다. 천 최고위원은 “지난 회의 때 손 대표가 나한테 시장선거 당사자니 시장 관련해 언급을 자제하라고 했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는 정견 경연장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러나 비공개 회의에서는 더 격한 말들이 오갔다. 특히 당내 2인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손 대표가 자꾸 통합경선, 통합후보를 얘기하는데 그동안 실제로 한 일이 뭐냐. 지금처럼 된다면 당을 사당화시키는 것이다. 민주당이 손학규 개인의 당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 최고위원은 한때 자신의 계보 핵심 인사였던 박영선 정책위의장을 향해서도 “왜 박 정책위의장은 손 대표와 매일 아침 회의를 하면서 최고위원들에게는 보고를 안 하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박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도 당 일에 책임을 져야지 평론가가 아니다. 정 최고위원도 회의에 오시면 되지 않느냐”고 맞받았고, 정 최고위원은 불쾌한 얼굴로 “나중에 한번 보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박 정책위의장은 “공개된 자리에서 보시죠. 나도 한번 말을 해볼까요. 선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경선을 28일 실시하며, 후보자 공모는 14∼15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 밖의 인사들과 통합경선을 치를 경우 다음 달 1일 후보자를 결정키로 방침을 세웠다.

시민사회 진영도 안 원장의 등장을 혼란스러워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원장이 독자적인 길을 걷는다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야권 통합후보에) 함께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