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안철수 독주’ 원인과 파괴력

입력 2011-09-05 15:09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안철수’ 연구에 나섰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보다 지지율이 배 이상 높게 나온 국민일보 5일자 여론조사 결과가 계기가 됐다. 그동안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했던 여야도 여론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안철수 현상’ 분석에 매달리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현상의 원인으로 개인적인 역량과 정치환경 변화 두 가지를 꼽는다.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 백왕순 부소장은 5일 “안 원장은 신뢰, 비전, 소통능력, 도덕성 등 정치인이 갖춰야 할 리더십을 고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안 원장이 기존 정치권의 부정적인 이미지인 ‘부패’와는 거리가 멀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 보급하는 등 공익성·신뢰도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따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의사에서 백신 전문가, 학문융·복합 전문가로 남들보다 한발 먼저 과감히 변신하는 그의 도전정신이 유권자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안겨 준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온·오프라인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데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은 20·30대를 투표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올 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30% 후반인 반면 ‘국회가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의 80% 이상, 특히 30대는 90% 이상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며 “이른바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안 원장과 같은 새 정치인에 대한 수요를 더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장이 무소속 출마 시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나라당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자기 분야에 있을 때 ‘안철수’가 의미가 있지, ‘정치인 안철수’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며 “‘제2의 박찬종’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1995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무소속 돌풍을 일으켰던 박찬종 전 의원 사례처럼 본격 검증이 시작되고, 여야 선거조직이 가동될 경우 안 원장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작 박 전 의원은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다면 16년 전 내가 나설 때보다 상황이 좋다. 무소속 출마 명분과 취지를 분명히 한다면 틀림없이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의 지지율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흐름 자체를 뒤집을 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6·2 지방선거, 4·27 재·보궐 선거를 통해 무당파가 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며 “안철수 현상은 단순히 정치개혁을 원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인 면까지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더 견고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총선·대선과 달리 이번 보궐선거의 경우 선거운동 기간이 짧아 검증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