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금이 용돈이냐” 비난 빗발쳐… ‘정치자금 겉과 속’ 시리즈 뜨거운 반향
입력 2011-09-05 21:41
“이게 언론이 해야 할 일이죠!”(트위터 onyoonet)
국민일보가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보도한 5일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취재팀을 향한 격려와 의원들의 지출 행태에 대한 질타, 관계자들의 제보와 문의가 잇따랐다.
골프장 이용 실태가 보도된 의원들의 사무실에는 하루 종일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김영환(경기 안산 상록을)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후원금으로 골프를 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구에 있는 제일컨트리클럽을 이용한 것은 모두 간담회와 모임 등 정상적인 정치활동의 일환이었지 골프를 치지 않았고, 평소 골프를 즐기지도 않는다”며 “이곳을 이용한 것은 모두 16건, 총 133만원으로 건당 평균 8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일보를 본 지역민들의 항의전화가 너무 많다”며 “직접 골프를 친 다른 의원의 사례와는 다른데 한데 묶어 보도한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골프 친 비용을 ‘근영농산㈜ 식대’라고 보고한 한나라당 이종구(서울 강남갑) 의원 측은 “근영농산이라고 쓴 것은 영수증에 그렇게 나와 있어 담당 직원이 그대로 옮겨 쓴 것이고, 정치자금으로 결제한 것은 순간적인 실수”라고 거듭 해명했다. 같은 당 구상찬(서울 강서갑) 의원 역시 “골프를 친 뒤 사흘 만에 사무실 직원의 지적을 받고 반납했는데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에선 “공식 언급하기는 부담스럽다”면서도 “정치자금으로 골프를 치는 것은 선거관리위원회가 금지한 것으로 알지만, 밥값만 결제했다면 무작정 비난할 수 있겠나”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언론이 정치자금 사용에 관심을 가지면 정치인들이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www.kukinews.com)에 공개된 정치자금 지출 내역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사무실을 임대해준 업주가 지출 내역을 보고 전화를 해왔더라”며 “국민일보가 수고해준 덕분에 우리가 의정활동을 깨끗하게 해온 사실을 유권자들이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 첫 날 가장 많은 이들이 들여다본 내역은 한나라당 박근혜(대구 달성) 의원의 지출명세서였다. 1회 20만원 안팎의 호텔 비즈니스룸 대여비, 200여만원을 지출한 카메라 렌즈 구입비에 궁금증을 표시한 이들이 많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지출 내역 중에는 ‘정치활동비’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원을 결제한 내역이 관심을 모았다. 이종구 의원의 정치자금 보고서 중에선 골프장 지출 내역과 함께 한강서사이어티라는 모임에 후원한 내역이 궁금하다는 클릭이 100회를 넘었다. 한강서사이어티는 17대 의원을 지낸 채수찬 KAIST 교수가 설립한 연구단체다.
온라인에선 “국민일보에 박수를 보낸다”거나 “기자들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런 기사가 많아야 한다”는 격려와 함께 “후원금이 아니라 용돈이었다” “짜증난다. 세금 내기 싫다”는 등의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기사에 거론된 22명의 의원 중 야당 의원이 12명이었고 친박계 의원이 8명”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