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태풍] 안철수 양보로 박원순 단일화?

입력 2011-09-05 15:08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문제로 정치권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출마 단일화를 협의 중인 것으로 5일 전해졌다. 두 사람은 6일쯤 직접 만나 둘 중 한 명은 출마를 포기하는 문제를 결정키로 했으며, 현재로선 박 상임이사의 출마 의지가 강해 안 원장이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희망제작소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박 상임이사와 안 원장이 주초에 직접 만나 연대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며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박 상임이사가 이르면 8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박 상임이사가 10일 독자적으로 출마회견을 할 방침이었으나, 안 원장 역시 출마 의사가 있는 만큼 먼저 논의를 한 뒤에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백두대간을 종주 중인 박 상임이사는 안 원장과의 논의를 위해 당초 우회해서라도 종주하려던 설악산 내 군사통제구역 등반 일정을 대폭 생략하고 조기 하산키로 했다. 회동에 앞서 박 상임이사는 안 원장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출마 이유와 단일화 및 연대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희망제작소 측은 전했다.

안 원장도 하루 전 한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박 상임이사에게 양보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저와 충돌해서 박 상임이사가 (서울시장이 될) 기회가 없게 되는 것보다, 당선이 아슬아슬 할 수는 있지만 정말로 그분이 원하시면 그쪽으로 밀어드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박 상임이사와 두 차례 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출마에 대한 그분의 뜻이 확고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뒤 나의 출마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 원장 주변에는 안 원장이 평소 박 상임이사를 ‘나의 심정적 동료’ ‘나의 응원자’ ‘인생 선배이자 멘토(스승)’라고 표현하며 존경해왔기 때문에, 금명간 있을 회동에서 박 상임이사의 출마의지가 확고한 게 확인되면 출마를 접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안 원장은 박 상임이사가 2000년대 초반 운영했던 ‘아름다운 가게’ 당시는 물론, 지금의 희망제작소 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해왔다. 특히 두 사람은 수년전 ‘아름다운 가게’ 미국 지부 설립차 함께 출장을 갔을 때 우정을 돈독히 한 이후 “형님, 아우”하는 사이로 친근함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 외부 일정이 없었던 안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동 S오피스텔에 있는 자택에서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출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박 상임이사의 경우 시민사회 진영에서 계속 출마를 종용하고 있어 출마 방침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박 상임이사 측도 출마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박 상임이사 쪽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의 측근은 “안 원장은 박 상임이사가 요청하는 일이라면 항상 거절하지 않고 거의 다 들어줬다”며 “이 때문에 두 분이 만나게 되더라도 지금까지 해오신 대로 호의적인 결말을 도출해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7일 대구에서 열릴 ‘청춘콘서트’나 같은 날 예정된 전태일 열사의 모친 고 이소선 여사 발인식에 참석해 출마 문제를 밝히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