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형근] ‘젊은 한국’ 만드는 다문화가족
입력 2011-09-05 17:48
지난 7월 발생한 노르웨이 참사는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한 인종주의자가 외딴섬에서 90분 동안 벌인 학살극은 인종다원화에 대한 극단적 거부감이 동기였다. 필자를 경이롭게 했던 것은 참혹한 비극 이후 그 국민들이 보여준 자세와 행동이었다. 총리는 국민을 대표하여 이슬람의 모스크를 찾았고, 희생자 추모식에서는 ‘노르웨이인들이 집단적으로 증오를 극복했다’고 선언했다.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이민족을 보듬으려는 배려가 감탄스러웠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다문화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족에 대한 우리의 포용력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출신국가, 종교, 피부색 등 ‘다문화적 요소’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된 진정은 2005년에 비해 2010년에 2배나 늘었다.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이 키워드가 된 시대에 차별과 배타는 부끄러운 일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0년 잠정 합계출산율은 1.22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가족은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고 역동적인 ‘젊은 한국’으로 만들고 있다. 전국에서 다문화가족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라남북도의 4개 군이다. 이곳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1∼4위이며, 이는 우리나라 평균의 2배 가까운 비율이다. 다문화가족 인구비율은 총 인구 대비 2009년 0.56%에 불과했지만 2050년에는 5.11%까지 늘어나 인구 20명 중 한 명은 다문화가족 출신이 된다.
이들이 건강하고 당당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국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2050년까지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을 9.4% 줄이는 효과를 낸다고 하니 미래에 미칠 다문화가족의 사회경제적 영향이 얼마나 대단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이들은 문화적으로 우리와 교감하고 있는 사회의 한 구성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직원들의 기금으로 지역의 다문화센터와 연계해 다문화가족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을 지어주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경남, 대구, 강원, 충남 등에 도서관 4곳을 개설하였고, 대상지역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의료봉사단 무료진료를 포함, 결혼이주여성의 언어 역량을 활용해 외국어교실을 열고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대상으로 글짓기·그림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짓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어린이가 “엄마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며 기뻐하는 모습에 커다란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필자는 다문화가족이 건강하게 정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국가발전의 활로를 열어 미래의 한국을 더욱 젊고 활기차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참사 이후 더 빛나는 노르웨이 국민의 관용이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정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