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골프 치라고 정치 후원금 줬나
입력 2011-09-05 17:50
정치자금법 2조는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하며, 사적인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42조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후원 및 지출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후원금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음에도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정책개발비’ 명목으로 골프를 치는 등 멋대로 사용한 것이 본보 취재결과 드러났다.
한 예로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 같은 이는 골프를 치고 100만3500원을 결제한 뒤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는 ‘정치활동-정책 관련 자문’이라고 엉터리 신고를 했다. 그는 나중에 문제가 되자 이 비용이 운동 후 먹은 식대라고 말하고 문제 된 비용을 후원회 계좌에 다시 입금했다. 구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모 단체의 보조금을 문제 삼아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보조금과 경비지출의 투명성과 엄격한 집행을 강조해온 의원이다.
취재결과 지난해 의원들이 받은 정치후원금 480억원 가운데 22.6%를 얼굴을 알리는 홍보행사비에 사용하고 정작 정책개발비로는 3.5%밖에 안 쓴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의원들이 정치후원금을 밥값이나 자동차 유지비와 기름값, 골프비 등으로 목적과 달리 썼다. 골프 라운딩 후 ‘정책 간담회’라고 보고했으니 후안무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자기 자신에게 너그럽고,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적 성격을 가졌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도자가 되려면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너그럽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하라)해야 한다고 했다. 인사 청문회에서 보듯이 의원들은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반면 남에게는 모질다. 이 기회에 정치자금의 수입·지출의 투명성을 더 높여야 한다. 미국처럼 정치자금 모금, 지출 내역을 온라인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법을 개정해 후원금을 부정 사용했을 때 후원금 한도를 그만큼 줄이는 등 엄중히 규제해야 한다. 정치자금법 43조의 규정을 강화, 선관위가 정치자금의 회계감독을 보다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