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들, 리베이트 멍에를 벗어라

입력 2011-09-05 17:43

국내 의약계에 리베이트 관행은 악마의 사슬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다. 이 같은 의약계의 악습에 다국적 제약사들도 가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내세운 윤리경영과 다른 내용이어서 놀라움을 던져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저께 부당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며 과징금 110억원을 부과했다고 발표한 곳은 대부분 주요 다국적 회사다. 이들 회사가 2006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자사의 의약품 처방을 늘리고자 병·의원과 의사들에게 뿌린 돈은 무려 530억원대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국내 제약사보다 정교한 수법이다. 영향력이나 자사에 대한 우호도를 기준으로 대상을 6개 그룹으로 분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리베이트가 판매 일선의 마케팅이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 계획적으로 수립된 점도 달랐다. 자동차 수리비를 대신 내주거나, 의사 집에 카펫을 깔아주고, 짧은 강연에 목돈을 쥐어주는 방식은 여전했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리베이트가 집중됐음은 물론이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리베이트 관행을 바꾸겠다고 나선 2009년 하반기 이전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제약업계의 로비가 점점 치밀해지는 것을 보면 쌍벌죄를 도입한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사들의 의지다.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으로서 고귀한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의사들이 제약사의 리베이트나 챙겨먹는 하마쯤으로 여겨져서야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형성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의사들에게 향하는 리베이트는 결국 소비자인 환자 몫이다. 여기에다 건강보험 재정까지 악화시킨다. 신약개발은 내팽개친 채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영업행태를 의사단체가 차단할 때다. 그래야만 국내 제약사도 정신을 차리고 환자와 국민을 위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