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도박 중독

입력 2011-09-05 17:37

세계 제1의 도박도시 마카오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다. 건물마다 네온사인이 눈부시다. 네온사인이 크고 화려하다 싶으면 거의 틀림없이 카지노가 있는 곳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촬영지여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베네시안 마카오 호텔도 마찬가지다. 중국 갑부들이 마카오를 자주 찾아서인지 카지노 건물은 지금도 곳곳에 신축 중이다.

마카오에서 카지노 말고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져 있다면 우리나라의 전당포에 해당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압류’의 ‘押(압)’이란 글자가 반짝인다.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한 이들이 돈 될 만한 물건을 이곳에 맡기곤 돈을 받아 다시 카지노로 향한다. 한탕주의에 빠진 이들을 노린 전당포 수입도 제법 짭짤하다는 의미다.

인류역사에 도박이 첫 선을 보인 때는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생겨났을 즈음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에 투전(鬪錢)이나 쌍륙(雙六)이라는 노름이 있었으나 19세기쯤 일본으로부터 화투가 유입돼 유행하면서 사라져버렸다. 화투는 ‘고스톱’이나 ‘섰다’ 등 다양한 노름을 양산해냈다. 요즘엔 인터넷 도박이 성행 중이다. 중국에는 ‘고주(孤注)’란 단어가 있다. 노름꾼이 남은 돈을 한 번에 걸고 마지막 승부를 보는 것을 일컫는다. 이처럼 도박은 방식이나 형태만 다를 뿐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하겠다.

도박에 환장한 중독자도 오래 전부터 있었다. ‘슬픈 것은 노름꾼 아내의 신세, 애달픈 것은 노름꾼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시름’이라는 말이 있다. 노름에 미치면 아내도 팔아먹고, 살림을 거덜 내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도박중독의 폐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물론 40대 가장이 도박 빚 때문에 자살을 결심한 뒤 부인과 자식을 살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마카오에서는 1년에 한 번 꼴로 도박과 관련된 한국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연예인 신정환씨가 카지노에 빠져 구속된 데 이어 최근엔 심형래씨가 카지노 도박설에 휘말려 있다.

우리나라 도박 중독자는 250만∼300만 명에 달해 이미 사회문제가 됐다. 그러나 정부가 운영 중인 ‘중독예방치유센터’는 전국에 3곳뿐이다. 강원랜드 등 사행산업 사업자들도 도박중독치유기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미흡한 수준이다. 오는 17일이 ‘도박중독 추방의 날’이라고 한다. 정부와 사행산업 사업자들이 도박중독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