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동생의 명성에 가려졌던 여자… 그 역시 천재성을 가진 음악가였다

입력 2011-09-05 19:15


9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나넬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반니’ ‘마적’ 등 걸작을 남긴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91). 1985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휩쓴 ‘아마데우스’(감독 밀로스 포먼)는 서른여섯의 나이에 요절한 그와 그의 음악에 대한 헌사였다.

천재성이 빛나는 모차르트지만 그에게도 음악적 멘토이자 동지가 있었다. 바로 다섯 살 많은 그의 누나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1751∼1829)였다. ‘난네를’(나넬)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그녀는 어려서부터 성악과 악기 연주, 작곡 등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음악적 꿈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 인물이다.

오는 15일 국내 개봉하는 ‘나넬 모차르트’는 볼프강 모차르트의 명성에 가려있던 나넬을 중심에 놓고서 관객들을 모차르트의 어린시절과 그 시대 음악으로 안내한다.

‘전기(傳記) 영화의 마술사’로 불리는 프랑스의 르네 페레 감독은 모차르트 가족들이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토대로 음악을 향한 나넬의 도전과 좌절, 나넬과 볼프강 남매의 끈끈한 우애 등을 그려냈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지닌 나넬(마리 페레)과 볼프강 남매는 10대 초반에 아버지 레오폴트(마크 바브), 엄마(델핀 쉬요)와 함께 유럽 궁정을 순회하며 공연을 한다. 이를 통해 모차르트 남매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만 아버지는 나넬이 볼프강을 빛내주는 조력자에 머물기를 바란다. 영화는 고전파음악이 꽃피던 18세기 중·후반을 엿보는 즐거움을 준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마리 잔느 세레로 교수가 이 영화를 위해 작업한 웅장한 음악이 가슴을 울리고, 그 시대 의상과 악기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하지만 나넬의 음악적 천재성이 설득력있게 부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나넬이 프랑스 공주와 우정을 나누고 왕자와 사랑하는 내용은 감독의 창작이다. 나넬 역의 마리 페레(16)는 이 배역으로 올해 스페인 라스팔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러닝타임 120분, 12세 이상 관람가.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