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역시 볼트”… 마지막 순간 짜릿한 감동
입력 2011-09-05 01:25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대회 2관왕에 오르면서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번 대회에서 볼트는 언론과 관중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끈 선수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 등 세 종목을 거푸 석권한 ‘번개’ 볼트가 이번 대회에서도 메이저대회 3회 연속 3관왕을 재현할지에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100m 결승에선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이 벌어졌다. 볼트는 충격적인 부정출발에 의해 실격, 뛰지도 못하고 레이스를 접었다. 볼트는 실격으로 경기장에서 쫓겨난 후 인근 연습장에서 분노의 질주를 펼치기도 했다.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볼트는 그러나 3일 열린 200m 결승에서는 19초40이라는 역대 네 번째로 좋은 기록으로 마침내 금메달을 획득, 엿새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토록 관중들이 기다리던 ‘번개 세리머니’도 선보이며 100m에서의 실수를 지워버렸다. 200m에서 볼트는 우승 직후 신발을 관중석으로 집어던지는 등 어느 때보다 화끈하게 감정을 표출하며 우승에 대한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볼트는 대회 마지막 날,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에서 이번 대회 유일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맘껏 포효했다. 볼트는 세계신기록 작성이 확정되자 이번에는 팀 동료들과 함께 춤을 췄고, 2년 전 베를린 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세계신기록 전광판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포즈를 선보였다. ‘볼트의, 볼트에 의한, 볼트를 위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도 빛을 발했다.
볼트는 “개인적으로 세계 대회 자체가 즐겁다고 생각한다”면서 “팀 동료들도 잘 뛰어 자랑스럽다. 내년 런던 올림픽도 기대하고 있고 열심히 할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한국 팬들의 응원이 나에게 힘이 많이 됐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이번 대구 대회는 내가 육상의 전설이 되는 데 좋은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구= 모규엽 최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