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대구 반야월교회] “잘 달렸다 대구!” 세계육상대회 성공 개최 감사 기도

입력 2011-09-04 20:07


‘달려라 대구! 우리가 함께합니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지막 날인 4일 오전 7시30분. 대구 동호동 반야월교회(이승희 목사)에 도착했을 때 대회를 응원하는 교회 플래카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 교회는 동신교회 범어교회 성명교회 등과 함께 대구에서 부흥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교회는 예배준비로 분주했다. 걸레로 새가족실 창틀을 닦던 권영숙(49·여)씨, 카페에서 원두커피를 내리던 김미리(48·여)씨, 유초등부 예배 전 진공청소기를 돌리던 김도한(48)씨는 모두 한 가지 목적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1부 예배를 앞둔 오전 8시20분.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온 노인 성도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 교회는 20m 길이의 경사로 3개를 설치해 놨다. 본당에 들어서자 초록색 재킷을 입은 중년 여성 10여명이 통로에 서서 친철하게 인사했다. 안내팀 8년차 이성임(54·여)씨는 “안내팀은 1년 52주 주일성수가 가능한 분들로 성도들이 앞에서부터 앉을 수 있도록 상냥하게 배려한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00석 예배당 바로 옆에서 12명의 중보기도 대원이 스크린으로 예배를 실시간으로 보며 중보기도를 한다는 것이다. 황순복(64·여) 기도팀장은 “1∼3부 예배 때 우리 담임목사님 말씀에 은혜 받고 감격스러운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배는 “홍길동 장로님이 나오셔서 기도하겠습니다” “다음은 목사님이 은혜로운 말씀 전해주시겠습니다”와 같은 의례적인 말이 일절 없다. 큐 시트에 따라 순서자가 바통 건네듯 예배 흐름을 이어간다. 우샤인 볼트의 이야기로 시작된 설교는 귀에 쏙쏙 들어왔다.

정영주(77)씨는 “불교 신도회장까지 지냈지만 노방 전도를 받고 2년 전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했다”면서 “매주일 목사님 말씀이 한주를 살아가는 삶의 지표이자 희망이다. 늦게 믿은 게 정말 후회된다”고 말했다. 전도팀장을 맡고 있는 남인숙(59·여)씨는 “목사님의 명품 설교 때문에 1994년 부임 당시 500명이던 성도는 16년 만에 7000명으로 불어났다”고 귀띔했다.

2부 예배시간인 오전 10시가 가까워지자 4800㎡의 주차장은 물론 주변 도로가 자가용으로 꽉 찼다. 정오. 예배를 마친 성도들이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식사는 국수인데 멸치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15년 넘게 국수를 삶아왔다는 김영희(64·여)씨는 “멸치와 무, 버섯을 넣고 푹 우려낸다”면서 “주일 평균 780그릇을 만드는데 지난 2월 담근 김장김치와 면발에 섞인 부추가 맛의 비결”이라고 속삭였다.

교회 마당엔 녹슨 종이 있다. 한성태(64) 장로는 “40년대 제작된 종으로 내가 어렸을 때 종탑에 올라가 장난치고 예배에 앞서 치던 그 종”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2시. 지하에서 색소폰 소리가 울렸다. 색소폰 연습을 하던 김행순(65·여)씨는 “노년에 교회 동아리를 통해 악기를 배우며 풍성한 삶을 누리고 있다. 젊은이들도 늦기 전에 꼭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웃었다. 교회에는 등산 축구 인라인 볼링 족구 등 12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오후 7시. 한국교회가 점차 잊고 있는 저녁예배가 열렸다. 참석인원만 자그마치 1000명이다. 이승희(53) 목사는 “그동안 ‘축제의 목회를 하고 예배에 목숨을 걸며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는 원칙 아래 106년 교회 역사를 안고 창의적인 성령목회에 주력해 왔다”면서 “성경본문에 충실한 단순명료한 설교가 교회와 지역사회를 바꾸는 강력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현재 5층 높이에 1만5800㎡의 예배당 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