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고민… 이스라엘과 갈등 우려 포기 설득

입력 2011-09-04 19:43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승인에 관한 유엔 총회를 앞두고 미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 재개를 미끼로 독립국가 승인 추진을 포기하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은 “이미 늦었다”는 반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유엔에서 국가 자격 얻는다=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승인 문제는 오는 20일부터 개최되는 유엔 총회에서 표결에 붙여질 예정이다.

팔레스타인이 유엔 회원국 자격을 갖게 될 가능성은 낮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해 둔 상황이다.

그렇지만 팔레스타인이 ‘현재 표결권 없는 개체(entity)’에서 ‘표결권 없는 국가(state)’로 지위가 상승하는 것까지 미국이 막을 수 없을 전망이다. 유엔 총회에서 많은 나라가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승인을 지지하고 있다. 아랍뿐 아니라 남미와 유럽의 여러 나라가 이 문제에 관해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팔레스타인이 ‘국가’ 자격으로 유엔에 참여할 경우 이스라엘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때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유엔 각종 기구와 협약에 당사자로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미국 노력 늦었다”=미국은 팔레스타인이 국가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이스라엘과의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치·경제 등 분야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자국 내 유대인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유엔에서 대놓고 반대표를 던지자니 아랍의 반발이 신경 쓰인다. 아랍이 시민혁명으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판에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대한 공개적 반대는 이 지역 반미감정에 불을 지피는 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은 팔레스타인이 스스로 독립국가의 꿈을 포기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70여개 나라에 주재 대사를 통해 유엔 표결이 그동안의 평화유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미국은 최근 평화협상 재개에 관한 구체적 로드맵을 작성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 전했다. 이스라엘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만 팔레스타인 반응은 불명확하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비교적 유연한 입장이지만 자치정부 내 대부분 의견은 무슨 일이 있어도 표결을 하겠다는 것이다. 협상 책임자인 나빌 샤스는 “우리를 바보로 아는 거냐”면서 “어떤 제안이든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