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韓·美 정치냉소… 안철수와 슐츠

입력 2011-09-04 19:42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에서 안철수라는 이름이 갖는 파괴력은 정치 불신과 관련이 있다.

유권자들의 정치 불신과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재는 안철수라는 인물을 당장 10월 선거판을 흔들 요소로 올려놓았다. 그가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출마해도 당선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렇지만 기존 정치와 리더십에 대한 통렬한 공격만으로도 적지 않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예상들이 많은 것 같다.

내년 대선을 앞둔 워싱턴도 정치 불신에 몸살을 앓고 있다.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가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보내지 말자고 촉구한 것은 지난달 중순. 순식간에 AOL, JC페니, 홀푸드 등 미국 굴지의 기업체 CEO 100여명이 동참을 선언했다. 그만큼 반응이 좋았다.

슐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3일(현지시간) 또 하나의 제안을 했다. 6일 예정된 중도 성향의 정치단체 ‘노 라벨스’(No Labels)의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전화(tele-townhall) 콘퍼런스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6일 열리는 이유는 7일에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가, 8일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 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당파주의를 거부하는 노 라벨스는 제3당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민주당과 공화당, 진보와 보수의 양분법을 혐오하는 미국인들을 위한 일종의 ‘정치적 공간’이다.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결성, 전국 조직을 갖추고 있다.

슐츠는 미 전역에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 직접 노 라벨스 관계자와 함께 토론자로 참석할 예정이다. 노 라벨스는 아예 슐츠를 간판스타로 내세워 인터넷 홍보를 펼치고 있다. 슐츠가 정치자금 보이콧을 선언했던 계기는 정치권의 연방정부 부채상한 협상 과정과 결과에 실망해서다. 그는 “정치 지도자들은 미국인들의 안녕보다 당파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것을 선택했다”며 “그들은 미국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한 인터뷰에서는 다음 선거에 유리할 것인지만 따지는 정치인들을 바꿔놔야 한다고 말했다.

슐츠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지난달 오바마의 지지도는 39%다. 취임 후 최저치다. 상·하원 의원 직무수행 지지도는 13%로 역대 최저치와 동률이다. 서울이나 워싱턴이나, 정치 불신과 리더십 부재가 새로운 현상을 자꾸 만들어낸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