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케냐 키루이 마라톤 2연패… 페이스메이커서 최강자 우뚝

입력 2011-09-04 19:17


케냐의 철각 아벨 키루이(29)가 남자 마라톤 2연패에 성공했다.

키루이는 4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공원 일원에서 열린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7분38초의 기록으로 월계관의 주인공이 됐다. 2년 전 베를린 대회에서 2시간6분54초의 대회 신기록으로 정상을 밟았던 키루이는 이날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다 30㎞ 지점부터 1위로 치고 나와 10㎞ 이상을 독주한 끝에 여유 있게 타이틀을 방어했다.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5분04초로 현역 최고 마라토너 가운데 한 명이지만 키루이의 우승은 다소 의외다. 올해 풀코스를 뛴 적이 한 차례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반에는 페이스 조절 때문에 기록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춤을 추는 등 여유를 과시했다.

키루이는 고교 졸업 후 경찰 채용 달리기에서 우승하면서 정식으로 마라톤에 입문한 늦깎이다. 2006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다른 선수의 페이스메이커로 나서기도 했던 그는 이후 실력이 일취월장, 마라톤 최강자로 우뚝 섰다.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키루이의 팀 동료 빈센트 키프루토는 2시간10분07초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페이샤 릴레사가 2시간10분32초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금·은메달을 동시에 가져간 케냐는 이번 대회 남녀 마라톤을 석권하며 세계 마라톤 최강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한편 한국 대표팀 중에서는 20위권에 든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정진혁(21·건국대)이 2시간17분04초로 23위로 골인했고, 이명승(32·삼성전자)이 2시간18분05초의 기록으로 28위에 올랐다. 이외에 황준현(24·코오롱), 황준석(28·서울시청), 김민(22·건국대)이 각각 35위, 40위, 44위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28초를 찍고 깜짝 2위를 차지했던 정진혁은 15㎞까지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속도전을 펼친 아프리카 철각들에 밀려 20㎞ 이후부터는 중위권으로 떨어졌다. 상위 세 선수의 기록을 합쳐 6시간57분03초에 그친 한국은 마라톤 단체전(번외경기)에서도 6위에 머물러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