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부정출발은 환청 때문”… 볼트의 고백
입력 2011-09-04 19:17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발목을 잡은 것은 팀 동료의 잘못도 관중의 함성도 아닌 자신의 환청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볼트는 3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남자 200m 결승전이 끝난 직후 인터뷰에서 “흥분한 상태에서 그냥 가자, 가자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그때 셋(set·차려) 소리가 났고 이를 고(go)로 착각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평소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던 스타트를 지나치게 의식했던 것도 부정출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볼트는 “시즌 내내 스타트를 집중 훈련했다”며 “예선부터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경기 내용이 좋아 빨리 뛰고 싶어 하던 상태에서 부정 출발을 하지 않았나 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정 출발을 하지 않았다면 9초70초반이나 9초60대의 기록이 나왔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볼트는 “(부정출발을 하지 않았어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9초70이나 9초60 정도가 됐을 것 같다”고 예측했다. 볼트는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9초58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부정 출발 규정 개정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그는 “규정을 이미 알았고 내 실수였기 때문에 개정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더 집중해서 앞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나타냈다.
부정출발 직후 훈련에 대해서는 특별한 연습보다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고 털어놨다. 볼트는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놓친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그래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