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개인 용도로 헬스클럽 등록·운동용품 구입… 은근 쓸쩍 ‘후원금 유용’
입력 2011-09-04 19:10
국민일보, 18대 국회의원 사용내역 최초 분석·공개
민주당 김영환(경기도 안산 상록을) 의원은 지난해 5월 14일 지역구의 A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면서 회비 15만원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다. 한 달 뒤인 6월 14일에는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주상복합 건물에서 체력증진비로 60만원을 썼다. 역시 정치자금이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비례대표) 의원도 지난해 8월 2일과 11월 21일 자택 근처인 경기도 산본 B피트니스클럽에서 각각 27만원씩 결제했다. 이 돈은 그의 정치자금 계좌에서 빠져나갔다. B피트니스클럽 관계자는 “27만원이면 3개월 골프 연습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 측은 “2009년 용산 철거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심하게 맞은 뒤 주변에서 ‘이젠 젊을 때와 다르니 운동을 하라’고 해서 등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신상진(경기도 성남 중원) 의원은 지난해 3월 10일 정치자금으로 ‘의원님용 운동용품 구입’에 2만5000원을 지출했다고 선관위에 보고했다. 신 의원 측은 “의정활동을 위해 구입했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이윤석(전남 무안·신안) 의원은 지난해 5월 17일 국회 연금매장에서 배드민턴 라켓과 운동화를 사고 정치자금으로 30만원을 지불했다. 이 의원 측은 “정치자금은 개인이 술을 마신다든가 동창회비를 내는 것만 아니면 괜찮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체력단련을 위해 쓰는 돈은 정치자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선관위의 지적을 받고 해당 금액을 뒤늦게 반납했다. 김 의원의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오웅진 보좌관은 “올해 초 해당 금액을 모두 계좌에 입금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 측도 “지역 선관위가 안 된다고 해서 피트니스클럽 등록비만큼 반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때 모두 반납한 것은 아니었다. 유 의원은 2차례 헬스클럽 등록비 중 1차례에 해당하는 비용만 올해 초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앞서 지난해 1월 7일 골프용품점에서 지불한 51만원은 5일 뒤 반납했다. 정치자금을 사적인 용도에 쓰면 안 된다는 사실을 최소한 1월부터 알았던 셈이다. 두 달 뒤에도 유 의원은 의왕시청 국민체육센터에서 2개월치 체력단련비로 13만9590원을 정치자금으로 결제했다. 이 금액은 취소하거나 사용액을 반납했다는 기록이 없다.
부적절한 사용 금액을 반납했다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기간 동안 유권자들이 조성해준 후원금을 유용(流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