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라운딩 후 회식비 ‘펑펑’… 선관위엔 “간담회” 보고

입력 2011-09-04 23:02


국민일보, 18대 국회의원 사용내역 최초 분석·공개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이 모아준 정치자금으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밥을 먹고 술도 마셨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에서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골프장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장소에서 ‘간담회’나 ‘회의’를 한 것으로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탐사기획팀이 국회의원들의 지난해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골프장에서 정치자금을 지출한 경우는 60여회에 달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장소를 ‘컨트리클럽’이나 ‘골프장’ 등으로 적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대다수 의원들은 본보 기자들이 사실을 확인하자 그제야 시인했다.

한나라당 김장수(비례대표) 의원은 골프장에서 9차례 간담회를 열었다. 보고서에는 간담회 장소를 체력단련장이라고 썼지만 모두 국방부가 운영하는 골프장이었다. 태릉 컨트리클럽에서 3번, 남성대 컨트리클럽에서 6번이었다. 매번 20만∼30만원대의 비용을 지출했고 내용은 ‘국방·외교 분야 전문가와의 간담회’라고 기록했다.

김 의원이 골프장에서 간담회를 연 날은 모두 토요일 혹은 일요일이었다. 김 의원 측은 “그린피는 별도로 지출했고 식사비만 계산했다”고 했다.

같은 당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은 지난해 6월 13일 ‘정책개발간담회’라는 항목으로 태릉 컨트리클럽에서 38만2200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유 의원의 소속 상임위는 국방위원회다.

유 의원은 “일곱 분을 모시고 갔는데 골프는 안 치고 밥을 샀다”고 했다. 해명대로라면 휴일(6월 13일은 일요일)에 골프장에 가서 밥만 먹으며 정책개발 논의를 했다는 의미다.

민주당 신건(전주 완산갑) 의원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해 9월 23일 강원도 원주의 한솔개발㈜에서 ‘의정활동 식대’란 항목으로 23만8590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한솔개발은 오크밸리 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업체다.

한나라당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도 같은 장소에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해 2월 15일 ‘간담회 비용’이라는 항목으로 95만230원을 썼다고 신고했다. 이 의원 측은 “식사비용”이라고 했다. 식사비용으로 95만원을 쓰려면 최소한 20∼30명이 식사를 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설 연휴 마지막 날에 수십명이 모여 골프장에서 식사를 했다는 얘기다.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같은 당 한선교(경기도 용인 수지) 의원은 지난해 5월 12일 국가보훈처가 운영하는 ‘88컨트리클럽’에서 77만7000원을 지출했고 8월 11일에는 30만7000원을 썼다.

의원들은 한결같이 “그린피(골프 비용)는 아니고 식사비”라고 해명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별개다. 국회의원이 평소 아는 이들과 함께 골프 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수반된 식사비용을 유권자 후원금으로 지출해도 당당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떳떳한 정치활동이었다면 그린피와 식사비 등 모든 비용을 후원금으로 결제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의원들은 골프를 정치활동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 허태열(부산 북·강서을) 의원은 개인 돈으로 지출한 골프 비용까지 보고서에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허 의원은 지난해 10월 16일 국가보훈처 88컨트리클럽에서 74만2000원을 지출했고, 11월 20일 제일 컨트리클럽에서 150만원을 썼다. 허 의원은 다만 후원회 계좌가 아니라 개인 돈을 입금해 놓고 쓰는 자산 계좌로 결제했다.

허 의원 측은 “동료 의원 등과 골프 친 것은 정치활동이라는 게 허 의원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대개 수십만원의 비용이 지출되는 골프장에서 의외로 수천∼수만원 단위의 소액 지출도 눈에 띄었다. 골프장 주차대행료나 수행원(운전기사 등)의 식사비 등이었다. 골프장에서 결제된 정치자금 중 최소 금액은 3500원짜리 수행원 식사비였다.

탐사기획팀



정승훈 차장(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