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가위요? 汗가위죠”… 추석 연휴 앞둔 택배기사 1일 체험취재
입력 2011-09-04 19:08
CJ GLS 소속 9년차 택배기사 임철수(41)씨는 30도가 넘는 뙤약볕 속에서 택배 물건을 들고 하루 종일 뛰어다녔다. 얼굴에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는 “배달할 물건이 너무 많아 달리지 않으면 제 시간에 배달을 못 끝낸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1일 오전 11시부터 6시간 정도 임씨와 동행했다. 배달 물량은 169건. 통상 택배업자들은 하루 150건을 넘어서면 입에서 단내가 난다고 말한다. 임씨는 “추석이 임박한 5∼9일에는 200∼250건을 배달한다”고 말했다.
임씨의 이날 배달구역은 서울시 용두동 일대였다. 첫 배달코스는 용두동 롯데캐슬 아파트. 배달 물량은 34건으로 송편, 복숭아, 생선 등 주로 추석맞이 물품이었다. 수령인들은 땀범벅이 된 임씨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임씨는 “그나마 저소득층 가정에 가야 물 한잔 얻어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무게와 상관없이 시간당 30개 이상 배달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뛰고 또 뛰어야 달성할 수 있는 분량이다. 임씨는 차를 세우자마자 물건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임씨를 도우며 뒤따라가다 손에 들고 있던 택배 물건 무게를 못 이겨 넘어질 뻔했다.
오후 1시10분 골목길에 잠시 정차를 한 뒤 차 안에서 점심을 먹었다. 임씨가 미리 챙겨온 김밥 네 줄과 생수를 나눠먹었다. 임씨는 “몸에서 나는 땀냄새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기가 미안해 차안에서 끼니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임씨는 주소가 잘못 기재돼 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가 곤혹스럽다고 했다. 뒤늦게 물건을 받은 사람이 화를 내거나 따질 때가 특히 그렇다고 했다. 배달 구역을 세분해 미리 순서를 정해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움직이는데 무작정 “몇 시까지 배달해 달라”고 윽박지르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택배기사를 하대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고객도 많다.
급히 점심을 먹은 후에도 물건을 들고 뛰는 일이 계속됐다. 임씨는 “물건이 너무 많아 계획대로 배달을 다 못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오후 4시30분부터는 생선과 과일 같은 상하기 쉬운 식품 배달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미리 정해둔 배달 순서도 무시된다. 비상 상황인 셈이다. 부재 중인 수령인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어디에 놓아둘지 상의하고, 실제로 찾아갔는지 밤 늦게까지라도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오후 배송을 마친 임씨는 7군데의 거래처를 방문해 택배물량 500여건을 수령한 뒤 다시 일터인 CJ GLS의 동대문 터미널로 돌아갔다.
임씨는 “추석에는 특히 힘들지만 택배 물건이 대부분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라 전달하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