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돈 출처만 규제 ‘부정한 지출’ 제한 느슨… 선관위 ‘수수방관’

입력 2011-09-04 14:53


국민일보, 18대 국회의원 사용내역 최초 분석·공개

모든 국회의원은 하나의 계좌를 정해 정치자금을 입출금해야 한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이 계좌에 입금될 수 있는 돈의 출처도 제한하고 있다.

후원금은 연간 1억5000만원까지만 모을 수 있다. 지난해처럼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할 수 있다. 후원금이 바닥나면 자기 돈을 가져다 썼다가 다시 후원금이 모이면 쓴 만큼 되가져가기도 한다. 소속 정당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사실상 공식적인 정치자금은 후원금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은 수수방식만 문제 삼을 뿐 정치자금 용도나 사후 공개에 대한 규정은 명확하지 않다.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도 없다.

정치자금법 42조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인의 후원금 내역과 지출 내역은 모두 공개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1년에 고작 3개월간 선관위 사무실에서나 우편으로만 공개한다.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은 아예 금지됐다. 연간 300만원 이하를 후원한 사람의 인적사항도 비공개다. 남의 이름을 빌려 소액으로 잘게 나눠 후원하면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돈 쓰는 곳에 대한 규제는 더 느슨하다. 정치자금법 2조 3항에서 ‘정치자금은 정치활동을 위해서만 써야 하고, 사적인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것이 전부다. 사적인 경비의 구체적인 사례로 개인적인 빚을 갚거나 가계 생활비, 동호인회비, 계모임, 취미활동, 여가 비용을 적시했지만 오히려 그 밖의 개인적인 지출에 면죄부를 준 것처럼 적용되고 있다. 부정한 지출을 처벌하는 조항도 없다. 지출 내역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영수증을 변조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활동 비용의 범위를 국회의원들이 제각각 해석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정당과 정상훈 주무관은 “(정치자금 용도의 적법 여부는) 1차적으로 지출하는 쪽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정치자금법 43조는 정치자금 지출 내역의 위법 사실을 확인해야 할 주체를 선관위로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의 선관위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 연방 선관위는 정치자금 모금과 지출 내역을 정치인에게서 신고 받는 즉시 온라인에 공개한다. 누구나 언제든지 엑셀파일 등으로 받아 분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적절한 정치자금 내역은 즉시 언론에 보도되고 해당 정치인은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난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