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변수’ 정치권 빅뱅] “정치엔 관심 없다”던 그들, 왜 지금 움직이나

입력 2011-09-04 15:03


安 청년들 만나며 청년실업·양극화 절감
朴 복지 선진국 연수 ‘새 정치’ 필요 체감


10년이 훨씬 넘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집요한 러브콜을 받았다. 안 원장은 “국회의원, 서울시장, 장관, 청와대 수석까지 종류별로 받아봤다”고 했고, 박 상임이사는 ‘유혹’의 역사가 더 길어서 대선 후보로도 거론됐다.

둘의 답변은 늘 같았다. “정치엔 관심 없다. 지금 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그랬던 이들이 나란히 ‘10년 고집’을 꺾고 정치에 뛰어들려 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두 사람을 움직이게 했을까.

갑작스레 결정된 서울시장 선거이니 계기는 둘의 최근 행보와 관련돼 있을 것이다. 안 원장은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3년째 해 온 월 1회 대담 강연을 5월부터 주 3회로 늘렸다. ‘청춘콘서트’란 이름으로 25개 도시를 순회 중이다. 박 상임이사는 7월 2~9일 기초단체장들과 스웨덴으로 ‘북유럽 복지정책 연수’를 다녀왔고, 곧바로 50일간의 백두대간 종주에 올랐다.

안 원장의 변화가 감지된 건 청춘콘서트 순회강연이 절정에 이른 지난달 초 주간지 인터뷰였다. 양극화 기득권 사회모순을 언급하며 격한 말을 쏟아냈고, 인터뷰한 기자는 ‘분노가 느껴졌다’고 했다.

“청년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다… 젊은이들이 사회모순에 억눌려 꼼짝 못한다… 내년에 20·30대 투표율이 50%까지 갈 수도 있다… 양극화, 최소한 심화되는 거라도 멈추게 해야 한다… 기득권이 과보호되고 있다. 로마가 망할 때도 그랬다.”

박 상임이사의 북유럽 연수는 지자체의 시각으로 스웨덴 복지 모델을 공부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핀란드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는 스웨덴 지방의원, 지자체장을 두루 만나며 블로그 ‘원순닷컴’에 ‘북유럽편지’란 글을 84건이나 올렸다.

그리고 귀국 열흘 만인 7월 19일 백두대간 종주에 오르며 “새로운 삶과 일과 미래를 구상하려 한다. 그중 하나가 시민경제, 시민자본이란 화두”라고 썼다. 스웨덴에 동행한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박 상임이사가 출마한다면 우리가 아는 것과 전혀 다른 정치가 존재함을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안 원장은 20·30대 청년들과 만나며 사회모순에 대한 분노와 기성 정치권의 한계를, 박 상임이사는 복지 선진국을 다니면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체감한 듯하다. 안 원장은 4일 전남 순천 청춘콘서트에서 “이제는 결론을 내야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상임이사 측근들은 선거법을 검토하며 출마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