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금융감독기관 고위층에 박태규 로비 정황 포착

입력 2011-09-04 18:44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칼날이 다시 금융감독 기관을 겨누고 있다.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이 로비스트 박태규(71)씨를 통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고위층에게 구명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휴일인 4일에도 구치소에 수감된 박씨를 불러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의 또 다른 브로커 윤여성(56)씨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대상을 상대로 구명 로비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는 지난해 여러 차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만나 “금감원의 검사 강도 및 제재 수준을 약화시켜 달라”는 부탁을 했으며, 5∼11월 3차례 모두 현금 7000만원을 전달했다. 은 전 위원은 윤씨의 청탁을 받고 같은 해 4월과 9월 김종창 당시 금감원장을 만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가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으로부터 박씨에게도 지난해 4∼10월 로비 자금 17억원을 전달했다가 이 중 2억원을 돌려받았다는 진술을 얻었다. 검찰은 박씨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정치권 인사들을 통해 금융감독 기관에 압력을 넣는 우회 로비보다는 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 고위 인사를 직접 접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와 금융당국 관계자의 다리 역할을 한 정치권 인사가 존재할 수도 있다. 금감원은 예금보험공사와 공동으로 지난해 3∼6월 120일간 부산저축은행 업무전반을 검사했으며, 7월에도 10일간 보강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금감원 등의 공무원에게 부탁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갔다는 게 이 사건 기본 구도”라며 “윤씨를 통해 시도하다가 안 되니까 박씨를 찾은 것이 아니라, 거의 동시에 (로비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여전히 로비 의혹 대부분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대질신문 등을 거친 뒤 이르면 이번 주부터 금융감독 기관 고위 인사를 소환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치권으로 수사 범위를 점차 넓힐 계획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