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에 흔들리는 여야-민주당] “제2창당 각오… 개혁해야”
입력 2011-09-04 15:04
예상치 못하게 불어 닥친 ‘안풍(安風)’에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가 흔들리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강력한 서울시장 무소속 후보로 부각되면서 대안정당·제1야당임을 자부해 온 민주당의 정치적 몸값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GH코리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나, 야권통합 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모두 안 원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30% 포인트 이상 현격한 차이로 낮게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은 그동안 박 상임이사의 민주당 영입이나 한 전 총리의 출마 여부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어왔으나, 둘 다 힘을 쓰지 못하는 후보로 조사돼 자칫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볼 처지’에 직면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정장선 사무총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장은 적어도 한나라당 쪽 후보는 아니다. 범야권 후보로 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또 “안 원장 출마설이 야권통합 후보를 만들어내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심상찮다. 부산 출신 재선인 조경태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안철수씨의 등장은 민주당이 더 이상 한나라당의 대안정당이 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뜻한다”며 “민주당은 당 이름만 빼고 제2의 창당을 하는 각오로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패하거나 통합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손 대표가 입을 정치적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손 대표는 야권통합 후보를 통한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야권통합의 기틀을 마련하고 대권 주자의 입지를 튼튼히 다질 심산이었다. 그러나 안 원장의 등장은 손 대표 구상을 흔들어 놓고 있다. 한 측근은 “당내 비주류와 시민사회단체 양쪽에서 욕을 먹게 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손 대표는 5일 재야 원로와 각계 대표로 구성된 ‘희망 2013 승리 2012를 위한 원탁회의’에 참석해 야권통합 및 서울시장 통합후보 선출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