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실명 폭로] 버시바우 압박에 박근혜 “촛불시위 다 좌파는 아니다”

입력 2011-09-04 18:31


한국과 미국이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북정책을 놓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쇠고기 분쟁과 관련해 첨예한 외교적 마찰을 빚어왔음이 위키리크스가 지난 2일 공개한 외교문건을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의 위상을 점차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언 실망스럽다”=2008년 5월 8일자 주한 미대사관 외교문건에 따르면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전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의 만남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발언이 실망스럽다”고 쏘아붙이는 등 광우병 파동과 관련해 박 전 대표를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박 전 대표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믿는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를 적절히 알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촛불시위에 나선 사람들이 모두 좌파는 아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중국, 대만, 일본 등과도 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협상할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괜찮지만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북정책 두고 갈등=노무현 정부 시절 미국과 대북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은 사실도 공개됐다. 2006년 7월 5일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자 한·미 양국은 11일로 예정됐던 남북 장관급 회당 개최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은 “예정대로 개최하면 북한에 강한 항의를 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 “회담을 연기하는 게 불만을 전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회담은 예정대로 11일에 열렸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크리스토퍼 힐 당시 미 국무부 차관보는 17∼18일 내한해 금강산 관광 중단과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한국이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종석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한 내부의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강하게 압박을 가하면 추가 핵실험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대북정책에서 손발이 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은 지난해 2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해야 하며 대화와 같은 유연성을 보일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워싱턴에서 북한에 가장 강경한(toughest)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화답했다.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파트너”=캐슬린 스티븐슨 전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2월 9일 이상득 위원과 만난 후 “한국이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파트너임을 상기시켰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2월 11일자 미 대사관 외교문건에 따르면 이 의원은 “2009년 6월 이후 국내 정치 활동을 중단하고 볼리비아 천연자원 확보와 멕시코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슨 대사는 “볼리비아 등은 한국이 미국보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상하이 주재 미국 영사관의 2007년 7월 30일자 외교전문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초반에 지방정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곧 지방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해 매우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사업적인 성공도 거두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