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 대표, 2002년 남북 축구경기 관중들 태극기 들었다고 내게 화내”… 정몽준, 자서전서 비화 공개
입력 2011-09-04 23:04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4일 출간한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와 얼굴을 붉혔던 비화를 공개했다. 박 전 대표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 대필 의혹을 제기한 지 이틀 만이다.
자서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첫 충돌은 2002년 박 전 대표가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성사시킨 남북한 국가대표 축구경기 때문에 발생했다. 정 전 대표는 경기 당일 “박 전 대표가 화난 얼굴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했다”며 “화낸 이유는 관중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했는데 태극기를 들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응원단이 ‘통일조국’을 외치기로 했는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다시 내게 항의했다”며 “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쳤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정 전 대표는 2009년 당 대표 취임 뒤 박 전 대표와의 회동 결과 브리핑을 둘러싼 마찰, 당 세종시특위 구성 과정에서 겪은 진통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봐 아주 민망했다. 아랫사람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투로 들렸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정 전 대표는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비화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표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아시면 참고가 될까 해서 썼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자서전 내용은 대필 의혹 거짓말의 연장”이라며 “정 전 대표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연일 박 전 대표를 비난하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