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실명 폭로] “BBK 김경준 한국소환 미뤄달라 MB진영, 대선앞두고 美에 요청”
입력 2011-09-05 01:20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는 한국이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던 2007년 상황이 담겨 있었다.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진영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을 미뤄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는 내용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평가가 그것이다.
2급 비밀로 분류된 전문에 따르면 2007년 10월 25일 당시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BBK사건과 김씨의 송환문제를 논의했다. 그는 김씨의 송환이 이명박 후보의 선거운동에 폭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김씨를 대선 기간에 송환한다면 이는 내정간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달 31일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이 이미 2005년 12월 김씨의 송환을 승인했고, 김씨 본인이 이를 거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의 송환을 연기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한국 측의 행정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김씨를 송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눈에 띈다. 2007년 1월 12일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점은 이점이지만 여성이라는 사실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그의 대운하 정책은 경부고속도로를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2008년 11월 13일자 전문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같은 달 6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를 만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2년 5월 ‘위대한 지도자의 자녀끼리 선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